직장인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었다. 아침 먹는 시간이 모자란 건 아니었는데 그저 마음이 바빠 진득하니 앉아서 밥 먹을 여유가 없었다. 사우디 현지법인에 부임하니 직원 대부분이 점심을 먹지 않았다.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게 아니어서 처음에는 미국인 동료와 식사하러 다녔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면 마지못해 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임하고 한참 뒤에 아내가 올 때까지 한동안 하숙집에서 지냈다. 잘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점심에 저녁까지 챙겨먹다 보니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체중도 체중이지만 무엇보다 하루 종일 배가 꺼지지 않았다. 걷는 건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더운 곳이어서 문 앞에서 타고 문 앞에서 내리는데다가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니 움직일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때가 되어서 밥을 먹었지 배가 고파서 밥을 먹어본 일이 없다. 그제야 직원들이 왜 점심을 먹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도 체중이 계속 늘어 아내가 오고난 후로는 아침도 건너뛰었다는 말만 안 들을 정도로 가볍게 먹었다.
부산에서 막일을 하면서 꼬박 세 끼를 챙겨 먹었다. 해보지 않은 일인데다가 힘을 써야 하니 든든하게 속을 채워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 며칠은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은 게 부담스러웠던지 저녁 먹고 나서 잘 때까지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았다. 일이 조금씩 손에 익어가면서,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밥을 다 먹고 나도 조금씩 아쉬움이 남더라. 일 끝날 때쯤엔 식사량이 꽤 늘었고, 그런데도 체중은 5킬로 가까이 줄었다. 이전까지는 끼니를 건너뛰고 몇 시간씩 체육관에서 땀을 빼도 1킬로가 안 빠졌는데 말이다. 하긴 건강검진 받을 때 의사가 먹을 거 다 먹고 살 빼겠다는 건 환상이라고 그러더라만.
부산에서 올라오고 나서 제일 먼저 식사량부터 줄였다. 며칠은 잘 버텼다. 그러다가 처형 가족과 여행 다녀오는 동안 한 달 애써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아침에 재어보니 부산 내려가기 전 체중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체중이 내려가는 데 비해 올라가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정의롭지 않은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