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박인식 선생을 만났다. 친구들과 몇 번 들른 적이 있는 안국동 와인하우스 로마네꽁띠의 주인장이기도 한 그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산사람이다. 그는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몇 년 근무할 때 같은 방에 있던 선배의 가까운 친구였다. 어느 날 선배를 찾는 전화를 받았는데 메모를 남기기 위해 이름을 물어보니 박인식이라고 해서 저도 박인식이라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이미 선배에게서 이름은 들은 터였다.
훤칠한 키에, 개량한복 같기도 하고 진 재킷 같기도 한, 여느 사람이 입으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런데도 너무나 멋지게 어울리는, 거기에 그 만의 특유한 머리띠를 두르고 바랑같이 생긴 가방을 둘러멘 모습을 보고 바로 그인 줄 알아보았다.
박인식 선생이시냐고, 저도 박인식이라고 들이대니 처음에는 황당해 하던 그가 사연을 듣고 파안대소 하며 가방에서 당신 시집을 꺼내 건네주었다. 박인식이 박인식에게 드린다는 서명과 함께.
집에서 정독도서관까지 걸어가는 한 시간 반 동안 아마 수천은 마주쳤을 텐데 그 중에 마스크 벗은 사람은 채 열 명이 되지 않는다. 날짜를 착각했나 싶어 뉴스를 확인하니 오늘부터가 맞았다. 동십자각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마스크 쓰지 않은 멋진 사나이가 보였고, 한 눈에 그인 줄 알아보았다. 마스크가 없었기 때문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않은 게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