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03 (화)

by 박인식

백내장 수술을 한 큰 처형을 도와주러 간 아내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아예 자고 천천히 오라고 했다. 불편 없이 움직일 만큼 되려면 한 달은 걸린다니 내게 신경 쓰지 말고 마음 편히 도와드리라고 해야겠다. 리야드에서도 수술 받은 이웃을 매주 찾아가던 사람이 남도 아니고 언니가 수술을 했다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보고 있을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처형 집에 가있던 아내가 전화해서는 식사하러 갔다가 리야드에서 가까이 지내던 후배 부부를 만났다고 했다. 후배였지만 자식보다도 아래여서 그저 자식처럼 여겼던 가정이었다. 우리보다 한 해쯤 먼저 돌아왔는데, 처형 댁 근처 어디 산다는 건 알았어도 우연히 한 식당에서 마주칠 거라고 꿈이나 꾸었겠는가. 저녁에 아내가 돌아와서는 그것 말고도 놀랄 일이 또 있다고 했다. 리야드 이웃들이 광화문에서 모였단다. 언니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 아내가 잘 모였는지 전화를 했더니 글쎄 광화문에서 길 건너편으로 내가 지나가는 걸 봤다고 하더란다. 아마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나는 길에서 또 다른 박인식 선생을 만나고, 아내는 식당에서 리야드 이웃을 만나고, 리야드 이웃들은 길에서 내가 지나가는 걸 보고. 이쯤 되면 복권이라도 하나 샀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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