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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15. 2022

사우디 왕가 이야기 (1)

2017.06.25

2017년 살만 국왕이 아들을 왕세자로 세우고 나서 주로 중동교민이 드나드는 네이버 카페 <아라브로>에 사우디 왕가 이야기를 연재한 일이 있습니다. 6월에 다섯 편, 11월에 세 편 해서 모두 여덟 편 연재한 것을 이곳에 다시 옮김니다.


지난 6월 21일, 살만 국왕이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를 왕세자로 세웠습니다. 이곳에 몇 년 살다보니 이런저런 경로로 왕가 이야기를 주워듣게 되었는데, 이참에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정리해서 카페 회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아도 별 쓸모가 없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선왕이던 압둘라 국왕이 2015년 1월에 서거하고 살만 왕자가 국왕에 올랐지요. 우선 이름에 얽힌 이야기부터 풀어볼까요?


대충 아시겠습니다만, 이곳에서는 이름이 ‘어느 집안, 누구의 아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현 살만 국왕의 이름은 Salman bin Abdulaziz Al Saud입니다. ‘사우드 집안의 압둘아지즈의 아들 살만’이라는 뜻입니다. 이번에 왕세자로 즉위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는 Muhamma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입니다. ‘사우드 집안의 압둘아지즈의 아들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라는 뜻이지요. 그 이름이 그 이름 같기는 합니다만 내용을 알고 보면 어느 집안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 이름도 사우드 왕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느 나라 국민을 지칭할 때 나라이름에 ‘-n’ 또는 ‘-nese’를 붙이는데 유독 중동국가에는 ‘-i’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컨대 UAE 국민은 Emirati, 오만 국민은 Omani, 이라크 국민은 Iraqi 이렇게 부릅니다. 그런데 사우디에는 이미 ‘-i’가 붙어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사우드 왕가의 백성이라는 뜻이랍니다. 이미 나라 이름에서 국민을 다스려야 할 백성으로 명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27년에 건국되었고 1932년 국가를 통일하면서 압둘아지즈가 초대 국왕으로 즉위합니다. 압둘아지즈는 22명의 부인과 사이에서 모두 45명의 아들을 두었습니다. 압둘아지즈가 서거한 후 왕위는 아들에게로 넘어와 2대 사우드, 3대 파이잘, 4대 칼리드, 5대 파드, 6대 압둘라에 이어 7대 살만 현 국왕에까지 이릅니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22명의 부인에게서 난 이복형제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없을 수 없지요. 선왕이던 압둘라 국왕과 현 살만 국왕 사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압둘라 국왕이 서거하기 전에 왕세자이던 살만 현 국왕을 견제하기 위해 무끄린 왕자를 부왕세자로 세우고 이를 교체할 수 없도록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뭐 하겠습니까, 왕국에서야 국왕 마음대로인데. 2015년 1월, 압둘라 국왕 서거로 살만 국왕이 즉위했습니다. 그리고 4월에 예상했던 대로 이복동생인 무끄린 왕자를 왕세자에서 퇴위시키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MbN) 왕자를 왕세자로 책봉하였습니다. 이는 2세 통치에서 3세 통치로 넘어가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아울러 살만 국왕은 자기 셋째 부인의 장남인 무함마드 빈 살만 (MbS) 왕자를 부왕세자에 책봉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조카를 퇴위시키고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한 것이지요.


살만 국왕이 2015년 4월 무끄린 왕자를 왕세자에서 퇴위시키면서 조카인 MbN을 왕세자로 아들인 MbS를 부왕세자로 책봉할 때, 결국 MbN이 폐위되고 MbS가 왕세자로 책봉될 것으로 짐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MbN이 호락호락하게 물러나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래서 지난 수요일 왕세자 책봉이 발표되고 나서 잠시 긴장했습니다. 혹시 무슨 변고가 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사실 2015년 1월에 압둘라 국왕이 서거했을 때 우리나라 12.12 사태 같은 사건 일어난 일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2015.02.16일자 허핑턴포스트 기사를 소개하지요.)


사우디 왕조


1대 : 압둘아지즈 (1932-1953)

2대 : 사우드 (2남) (1953-1964)

3대 : 파이잘 (4남) (1964-1975)

4대 : 칼리드 (7남) (1975-1982)

5대 : 파드 (11남) (1982-2005)

6대 : 압둘라 (13남) (2005-2015)

7대 : 살만 (32남) (2015-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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