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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19. 2022

사우디 왕가 이야기 (3)

2017.06.26.

(2015.02.16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선왕인 압둘라 국왕은 재위 말년에 이르러 아들들을 권력 전방에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압둘라 국왕은 30명의 부인과 사이에서 35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이 중에서 미텝을 2010년 National Guard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미샬은 2013년에 메카 주지사로, 투르키는 2014년 리야드 주지사로 임명합니다. 압둘라 국왕은 2005년에 즉위하였지만 선왕인 파드 국왕이 1995년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사실상 그때부터 실질적인 국왕 직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파드 국왕의 동복형제인 수다이리 세븐 왕자들이 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였으니 국정을 자기 뜻대로 운영하기는 어렵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기는 해도 실질적인 재위기간이 20년에 가까워지면서 어느 정도 세력을 구축했고, 그래서 자기 아들들을 앞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압둘라 국왕은 1962년부터 국왕 재위 중인 2010년까지 국왕친위대인 National Guard 사령관을 역임했습니다. National Guard는 사우디 국방부에 속한 정규군과는 별도로 왕가를 보호하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두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National Guard는 와하비즘이 투철한 베두윈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국 군사훈련 전문업체 지도 아래 강력한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용맹을 떨치는 군대가 되었습니다. 압둘라 국왕은 재위 중인 2010년에 사령관직을 아들 미텝에게 물려주었으며, 2013년 이를 정부 부처로 승격시켰습니다. 미텝 왕자는 2010년 사령관으로 임명된 후 2013년 National Guard 장관으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그 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이 서거할 때쯤 수다이리 세븐을 축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살만 왕세자가 국왕으로 즉위하게 됩니다. 압둘라 국왕의 아들들은 모든 직위를 박탈당하지요. 그런데 National Guard 장관인 미텝만은 현재까지 직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겐 아직도 그게 수수께끼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병력을 관장하고 있는 선왕의 아들을, 그것도 현 국왕인 살만 왕세자를 축출하고자 했던 말하자면 역모의 주역을 그대로 놔둔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살만 왕세자 축출 시도는 압둘라 국왕이 서거하기 직전인 201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선왕인 압둘라 국왕은 2014년 말에 들어서면서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습니다. 당시 왕세자는 이복동생인 살만 현 국왕이었지요. 살만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걸 원치 않았던 압둘라 국왕은 무끄린 왕자를 부왕세자로 책봉하고 왕명으로도 이를 변경할 수 없도록 못박아놨습니다. (소용없는 일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살만 왕세자가 고령에 치매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결국 무끄린이 곧 국왕으로 즉위할 것이고 자기 아들 미텝은 왕세자가 될 것인데, 무끄린은 세력이 크게 없으니 미텝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것도 미심쩍어한 압둘라 국왕 측근들은 살만 왕세자를 폐위하고 무끄린 부왕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하자고 압둘라 국왕에게 조릅니다. 그런데 2014년 12월 말에 접어들면서 압둘라 국왕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손쓸 틈이 없어진 겁니다. 측근들은 일단 언론에는 압둘라 국왕이 건강진단을 위해 National Guard 병원에 입원했다고 발표하고 곧이어 압둘라 국왕 명의로 살만 왕세자를 폐위하고 무끄린을 왕세자로 책봉한다는 당초 계획을 발표하려고 시도합니다.


압둘라 국왕의 측근들은 (미텝 왕자와 Royal Court의 수장인 Khalid Al Tuwaijri) 어떻게 해서든 국왕을 살리려 애를 쓰고 살만 왕세자가 국왕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그리고 압둘라 국왕 명의로 폐위를 발표하려고 시도합니다. 그래서 이집트 언론에게 살만 왕세자를 폐위한다는 뉴스를 흘리지요. 이집트로서는 살만 왕세자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이 양국 비즈니스에 간여하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 뉴스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그대로 당하고 있을 살만이 아니지요. 살만 왕세자 측에서는 압둘라 국왕이 혼수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언론에 발표하게 합니다. 압둘라 국왕 측근들의 폐위발표 시도를 무산시킨 것이지요. 이러자 압둘라 국왕 측근들은 국왕이 서거하면 살만이 국왕으로 즉위하는 데 동의하겠으니 대신 미텝을 부왕세자로 책봉해달라는 제안을 합니다. 살만 왕세자 측에서는 아직 국왕이 생존해 있는 상태이니 그런 논의는 불가능하다고 이 제안을 일축해버립니다. 이렇게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압둘라 국왕이 서거한 후에도 상당 기간 계속됩니다. 그래서 국왕 서거 공식 발표가 며칠 늦어지게 된 것입니다.


압둘라 국왕 측근인 Tuwaijri는 전세를 역전시켜보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압둘라 국왕 서거 하루 전, 우호관계를 유지하던 아부다비 왕세자 Mohammed bin Zayed의 도움을 받아 이집트 언론을 통해 “압둘라 국왕이 곧 양위를 선언할 것이며, 살만 왕세자가 국왕으로, 무끄린 부왕세자가 왕세자로, 미텝 왕자가 부왕세자로 즉위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을 살만 왕세자 측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이지요.


우여곡절 끝에 살만은 2015년 1월에 국왕으로 즉위하고 압둘라 국왕이 결정했던 대로 무끄린을 왕세자로 책봉합니다. 그리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MbN)를 부왕세자로 책봉하지요. 압둘라 국왕 측근이었던 Tuwaijri는 즉시 모든 직책을 박탈당하고 가택에 연금됩니다. 결국 4월에 무끄린을 폐위하고 MbN을 왕세자에, 자기 아들인 MbS를 부왕세자에 책봉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MbN도 폐위 되고 MbS가 왕세자로 책봉되면서 형제상속에서 부자상속으로 전환되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어쩌면 마무리되었다는 게 성급한 판단일지 모르겠습니다. MbN이 MbS에게 충성 맹세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는 했습니다만, 나예프 집안도 세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섭섭한 집안인데 그대로 물러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일단 수다이리 세븐이 동복형제이기는 하지만 세력은 부자지간에도 안 나눈다니 어떤 왕자 집안과 어떻게 합종연횡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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