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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27. 2022

사우디 왕가 이야기 (4)

2017.06.27

2015년 1월, 살만 국왕이 즉위하면서 대대적으로 내각을 개편합니다. 23개 부처의 장관 중 내무, 외무, 국방, National Guard 네 부처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인을 임명합니다. 왕자가 장관으로 있는 네 부처 중 국방부장관은 왕세자인 MbS가 차지하고 있고, 외무부장관이었던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는 석 달 뒤 퇴진하고 민간인인 아델 알 주바이르가 임명되었으며, 내무부장관은 이번에 MbN을 퇴진시키면서 허약해 보이는 압둘아지즈 왕자를 세웠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National Guard 장관이 바뀌지 않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튼 왕가 중에서 살만 국왕 집안을 제외하고는 내각에 들어가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바꿔가고 있는 것이지요.


사우디 권력구조는 크게 각 부처 장관과 지방정부의 주지사 두 축이 있습니다. 국왕에 즉위하면서 장관을 대폭 교체하고 2016년 5월에는 내각을 개편했습니다만, 주지사는 선왕의 아들인 미샬을 메카 주지사에서 해임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외무부장관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의 동생인 칼리드 알 파이잘 왕자가 2007년 메카 주지사로 임명된 이래 평판이 매우 높았으나 선왕인 압둘라 국왕이 2013년 아들인 미샬을 주지사에 임명하고 칼리드 왕자를 교육부장관에 임명합니다. 말하자면 좌천시킨 셈이지요. 이것 때문에 통제 상태에 있는 이곳 언론도 잠시 소란스러웠습니다. 미샬은 재임기간이 2년에 불과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메카 타이프 지역에 터널공사가 있어 잠시 관심을 가졌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미샬 왕자를 내세운 회사의 사업추진 행태에 몹시 언짢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살만 국왕이 즉위하자 예상했던 대로 미샬 왕자를 해임시키고 칼리드 왕자를 복귀시켰지요. 그것 말고는 특별한 주지사 인사는 없었습니다. 다만 지난 4월 7개 지방정부에 부지사를 임명했는데, 주지사의 권한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리야드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특정인이 주지사를 오래 역임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왕세자였다가 살만 국왕에게 폐위된 무끄린 왕자가 하일 주지사를 20년 (1980-1999), 무함마드 빈 파드 왕자가 동부 주지사를 28년 (1985-2013), 살만 국왕이 50년 넘게 (1954-2011) 리야드 주지사를 역임한 경우 말고는 대체로 임기가 5-10년을 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독립된 세력을 구축한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에 비해서 국방부, 내무부, 외무부, National Guard는 특정 집안에 독점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살만 국왕의 동복형인 술탄 왕자가 1963에 장관에 올라 2011년 서거할 때까지 장관을 하고 이후에는 살만 국왕이 장관을 하다가 국왕에 즉위하면서 MbS가 현재까지 장관으로 있습니다. 내무부는 역시 살만 국왕의 동복형인 나예프 왕자가 1975에 장관에 올라 2012년 서거할 때까지 장관을 하고, 이후에는 아들인 MbN이 며칠 전까지 장관 자리를 지켰습니다. 외무부는 파이잘 국왕이 왕자이던 1930년 장관에 올라 국왕에 즉위하고 1975년 암살될 때까지 장관을 역임하고, 이후 아들인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가 2015년 4월까지 장관으로 있었습니다. 세계 최장수 외무장관을 기록하기도 한 그는 장관에서 물러나고 석 달 뒤 75세를 일기로 서거합니다. National Guard는 1962년 창설된 이후 선왕이 압둘라 국왕이 왕자 시절에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 2010년 아들인 현 미텝 장관으로 넘길 때까지 직접 관장했습니다. 미텝 왕자는 아버지 압둘라 국왕이 서거하고 그 측근들이 모두 제거된 이후에도 현재까지 National Guard 장관으로 건재하고 있습니다.


위 네 부처 중 국방부는 MbS 수중에 있고 외무부는 이미 장관이 민간인으로 바뀌어 파이잘 집안의 입김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주지사들은 국정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우니 내무부와 National Guard만 살만 집안의 영향권 안에 들어온다면 사우디는 명실 공히 살만 집안의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내무부와 National Guard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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