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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30. 2022

사우디 왕가 이야기 (5)

2017.06.28

첫 회에 언급했습니다만, 사우디는 192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승인 받았고 1932년 통일왕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니 왕국의 역사가 85년 남짓 한 것이지요. 왕국이라서 그런지 이곳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가 있습니다. 정부가 결정한 것에 저항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불평불만 수준의 부정적인 정서도 우리보다 훨씬 덜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생계비용인 물, 전기, 휘발유, 밀가루 값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어떤 경우에도 단수 단전은 할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아랍의 봄 상황에서는 정부 재정, 왕실 재정을 풀어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국민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습니다.


2009년 처음 부임했을 때만 해도 물가가 무척 낮았습니다. 해가 갈수록 물가가 오르더니 급기야는 저유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물 값, 전기 값, 휘발유 값이 수십~수백% 오르기에 이르렀습니다. 몇 주 전에는 에너지 드링크와 담배 값을 100%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부가가치세 5%를 적용한다고 하니 물가가 그 이상으로 오르겠지요. 이젠 예전처럼 정부 결정에 순응하는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처럼 저항이 대대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왕국이라고는 하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 않으니 여느 국민들과는 달리 유력 집안에서는 왕가를 대단치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고,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말하자면 지나 내나 뭐 다를 게 있는 집안이냐, 어쩌다 줄 잘 서서 왕가가 된 게 아니냐, 뭐 이런 정서가 있다는 것이지요. 왕권이 형제상속으로 이어지다 보니 어느 집안 하나가 확실하게 권력을 통제하지도 못했고 말입니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형제상속에서 부자상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MbS가 이제 3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재위기간이 40년이 넘는 막강한 군주가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과도왕정으로 치부하던 허약했던 압둘라 국왕 일가도 재위기간이 길어지면서 막강한 수다이리 세븐을 축출할 시도를 할 정도이니, 재위기간이 길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왕권이 세워질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막강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더 필요할까요? MbS가 국방부장관으로 있으니 군은 장악한 셈이고, 외무부도 민간인이 장관을 하고 있으니 파이잘 집안의 입김에서도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고. 남은 건 내무부와 National Guard 뿐이겠군요. 앞으로 두 부서는 어떻게 될까요?


왕세자 교체 발표하기 며칠 전 내무부에 있던 검찰 기능을 떼어내어 국왕 산하 기구로 독립시켰습니다. 그때 왕세자 폐위가 임박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각 지방정부를 관할하는 기능과 경찰이 내무부장관 휘하에 남은 셈입니다. 강력한 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른 집안의 입김을 배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내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압둘아지즈 왕자는 34세로 아직 특별한 경력을 쌓은 것이 없습니다. (MbS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 사우드 빈 나예프 왕자가 현재 Eastern Province 주지사로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들의 부하가 된 셈이지요. 이런 점을 들어 조만간 사우드 왕자가 주지사를 사임하지 않을까 예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압둘아지즈 왕자를 물러나게 하면 내무부 또한 온전히 살만 집안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게 되지요. MbN을 물러나게 하고 그 대신 조카를 앉혔으니 시비는 일단 피했고, 그 결과 MbN의 형인 사우드 왕자가 주지사에서 물러날 것이고, 게다가 압둘아지즈 왕자는 경력이나 능력을 이유로 물러나게 한다면 일거삼득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건 그냥 그림일 뿐입니다. 그런데 National Guard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견고하게 자리를 유지하게 하는지. 무슨 이유가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이런 구도라면 조만간 미텝 왕자도 물러나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


2017년 라마단 이드 휴가동안 소일거리 삼아 정리해 본 것이니 그저 그 정도로 여겨주십시오. 말하자면 “아니면 말고!” 수준의 글이라는 거지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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