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살펴보기 (4)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반동성애 설교를 하면 처벌받는 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본 법안은 차별금지 대상을 네 영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종교’나 ‘학문’은 차별금지 영역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예배 중에 이루어지는 설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진평연’에서도 이 조항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평연’에서는 반동성애 설교를 차별로 판단할 수 있는 장치를 법안 곳곳에 쉽게 알아볼 수 없도록 감춰놨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발표한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동성애 설교가 처벌 대상이라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ㆍ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15]; 본 조항은 적용 영역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종교도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반동성애 설교가 동성애자의 분리ㆍ구별ㆍ제한ㆍ배제ㆍ거부를 조장하는 표시나 광고로 해석될 수 있음
○ [문화 등의 공급ㆍ이용의 차별금지] 문화ㆍ체육ㆍ오락, 그 밖의 재화ㆍ용역의 공급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문화의 공급ㆍ이용에서 배제ㆍ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16]; 법안 제3조[17]에 규정한 ‘시설’의 구체적인 형태. 교회가 문화 공급시설로 해석될 수 있음
‘진평연’에서는 지적하고 있지 않지만, 이들의 논리를 확장하다 보면 교회가 아래 조항의 ‘지정기부금단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 [단체 등의 운영에서의 차별금지] ① 1.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라 지정기부금단체 등으로 지정된 단체[18]; 헌금에 대한 소득공제 때문에 개신교회 대부분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를 이유로 본 조항의 적용대상으로 해석한다면 반동성애 설교 뿐 아니라 이단종파나 다른 종교에 대한 비판 역시 차별로 해석될 수 있음
반동성애 설교가 광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은 광고에 대한 법적 정의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광고는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신문ㆍ인터넷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방송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교는 광고로 해석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내용은 2007년 법무부 법안을 비롯한 그동안 발의되었던 <차별금지법>에 여러 번 포함되었고, 금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시한 <평등법안>에도 포함되어 있다. 광고의 범위가 문제될 경우 당연히 법적인 정의를 따를 것이기는 하지만, 기왕이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이를 포함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평연’에서는 교회가 문화공급 ‘시설’이기 때문에 반동성애 설교가 본 법안의 규제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교회에 문화공급 기능이 있고, 그래서 문화를 공급할 때 본 법안의 규제를 받는다는 해석은 옳다. 하지만 설교를 문화공급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교회는 종교기관이고, 반동성애 설교는 종교의 신학과 신념의 영역이라고 인정해서 존중하는 것이다. 만약 종교행위가 아니라 ‘문화공급 행위의 일환’으로 반동성애 설교를 한다면, 그건 본 법안의 규제를 받는 게 오히려 타당하지 않을까.
본 법안 제30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교회가 차별 금지 대상인 지정기부금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진평연’에서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나는 교회가 문화공급시설이라고 문제 삼는 것보다 지정기부금단체라고 문제 삼는 게 오히려 덜 옹색해 보이는데, 왜 이에 대해 언급이 없는지 의아하다.
요즘은 기독교 관련 방송도 많고, 교회에서 독자적으로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를 찾는 게 오히려 어려울 만큼 선교의 폭이 넓어졌다. 기독교 관련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에서 설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상황에서 설교방송이 방송으로 분류되어 본 법안 제29조의[19]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진평연’의 주장은 있음직한 일이다. (여기서 설교란 예배 의식 중의 한 순서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과 신앙에 대한 모든 주장을 포함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설교’는 본 법안의 규제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진평연’에서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설교방송’으로 송출될 경우 이를 ‘방송’으로 해석해 규제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 법안은 방송 콘텐츠를 제작ㆍ공급ㆍ이용할 때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지, 방송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에서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바가 없어 내 개인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본 법안에서는 방송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법이 없으니 진정의 대상도, 처벌의 대상도 될 수 없는 것이고.
‘진평연’에서는 설교방송이 본 법안 제3조[20]에서 규제하고 있는 정신적 고통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본 조항은 이러한 행위가 차별을 금지한 네 영역[21]에 국한된다고 언급하고 있으므로 반동성애 설교는 규제대상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반동성애가 설교가 규제 대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고용ㆍ시설ㆍ교육훈련ㆍ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의 차별로 이어진다면 당연히 규제대상이 된다.
그렇기는 해도 이것을 일괄적으로 차별로 여길지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본 법안은 제3조 제2항에[22] 본질적 기능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예컨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교회를 비롯한 종교기관에서 고용을 거부한다면 이를 예외조항으로 적용해 차별금지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살펴보겠다.
[15]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제5호
[16] <차별금지법안> 제25조
[17]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제1호 ‘나’목; 재화ㆍ용역ㆍ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18] <차별금지법안> 제30조 제1항 제1호
[19] <차별금지법안> 제29조 [방송서비스 공급ㆍ이용의 차별금지] 신문기사, 광고,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방송통신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공급하는 자는 성별 등을 이유로 방송서비스의 제작ㆍ공급ㆍ이용에 있어 차별해서는 아니 된다.
[20]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제4호; 제1호 각 목의 영역에서 성별 등을 이유로 적대적ㆍ모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
[21] 차별금지 대상 영역; i) 고용, ii) 재화ㆍ용역ㆍ시설 등의 공급이나 이용, iii)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에서의 교육ㆍ훈련이나 이용, iv)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22]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2항 제1호; 특정 직무나 사업수행의 성질상 그 핵심적인 부분을 특정 집단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행할 수 없고, 그러한 요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
[표 2] ‘진평연’에서 주장하는 <차별금지법>의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