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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ug 30. 2020

[차별금지 5] 고용과 교육, 실질적인 차별현장

차별금지법 살펴보기 (5)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동성애 설교’가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 영역에 해당하는 설교는 차별금지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설교가 방송으로 송출된다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데, 이는 <차별금지법>이 ‘방송서비스 공급ㆍ이용’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지, 방송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보다는 오히려 ‘고용’과 ‘교육’ 영역에서 갈등이 일어날 요소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두 가지 영역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성적지향ㆍ성별정체성’ 뿐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종교’를 이유로 하는 차별ㆍ배제ㆍ강요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그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의 고용 차별이 정당한가?


보수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동성애는 성경이 금하는 죄”이기 때문이니, 교회가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를 고용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고용하지 않는 것이 차별금지법을 어기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차별금지 범위를 규정한 조항[23]에서 “그러한 요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이를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교회에서 이를 근거로 “동성애를 금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해당하는 일이며, 종교적 신념이 훼손될 경우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고 주장할 것이고, 종교적 신념은 신학적으로 다투어야 할 일이지 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회자일 경우에는 이런 논리에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소수자를 목회자로 받아들이는 교회가 없지 않고, 또 성소수자라는 까닭에 목회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교회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차츰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것은 신학과 목회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차별금지법>으로 다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회는 목회자만 고용하는 것이 아니다. (설명을 위해 이런 예를 드는 걸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행정직도 있고, 방송ㆍ시설 관리직도 있고, 때로 부속기관이 있을 수도 있다. 목회자의 역할을 교회의 본질적인 기능으로 보는 건 이견이 없겠지만, 행정직이나 관리직의 역할을 이와 같게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직종에 성소수자의 고용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이 될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교회의 고용 차별은 성소수자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교회 고용인은 모두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관행은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24] 뿐 아니라 현존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25]에서도 헌법[26]에 보장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위법한 행위이지만 아직 용인되고 있다는 것이니, 이 역시 오래지 않아 문제로 떠오를 수 있겠다.


이는 비단 교회에 국한될 문제가 아니다. 교회 부속기관에서부터 각종 선교ㆍ사회단체, 기독교 방송, 기독교 병원, 기독교 학교를 비롯해 선교 목적으로 설립ㆍ운영하는 모든 법인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비록 선교 목적으로 설립된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독교 기업도 적지 않은데, 이 또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기관 역시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는 부문의 종사자는 차별 예외조항을 적용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문에서 고용 차별이 이루어질 경우 ‘현행법으로도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


기독교 교육기관이 구성원에게 종교적 신념을 강요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기독교 관련 법인은 차별행위가 ‘고용’에 국한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기독교 교육기관[27]은 이와 함께 ‘교육기회 및 교육내용’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된다. <차별금지법안> 제3절에서는 제3조에 규정한 23개 사유로 교육기회나 교육내용에 차별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4년, 대광고등학교 학생이던 강의석은 예배 참석을 강요하는 학교에 반발해 ‘종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였고, 같은 해 퇴학당했다. 강의석은 이에 불복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퇴학 무효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기독교 교육기관에서도 종교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기독교 교육기관은 기독교 이념을 실천하고 기독교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ㆍ운영된다. 이런 사립 교육기관이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다면 설립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고,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나 각종 <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는 공적인 영역에 포함되어 졸업할 때 자격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재정 보조를 받는다. 따라서 사립학교라고 해도 공적 영역에 포함되어 그에 따른 혜택을 받는 만큼 공적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옳다. 정부 지원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충당되는 것이니 그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국가가 자격을 부여하고 재정을 지원한다고 해도 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학교법인이고 학생을 교육하는 것은 학교 당국이니, 설립 취지와 정체성에 맞도록 종교교육을 일정 부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타당하다. 그러나 학생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가 배정되는 현 중고등학교 교육체계 아래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에게까지 종교교육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은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 해도, 그 역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종교교육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종교가 대학선택의 이유가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그것과 무관하게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이와는 달리 각 교단에 속해 있는 신학대학은 목회자 양성이 그 본질이므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이러한 해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앞에서 언급한 강의석 사례에서 보듯 교육기관에서 학생에게 종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판례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별금지 원칙이 모든 교육 현장에서 지켜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본 법안이 제정되면 그런 갈등이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렇다면 대학 예배에서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는 법 해석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기는 하다. 나는 대학 예배가 자발적으로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를 제재하는 것이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되겠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대학 구성원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하는 것이라면 본 법안에 접촉될 것으로 생각한다. 학교를 선택할 수 없는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더 말할 것이 없겠다.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입학을 제한하거나, 전학ㆍ자퇴를 강요하거나, 혐오ㆍ편견을 조장하거나, ‘동성애는 죄’라고 교육하거나, 평가ㆍ편의제공에 불이익을 주는 모든 행위 역시 본 법안에 접촉될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본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를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법의 문제이기에 앞서 작은 자를 귀히 여기라는 예수 정신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각주>


[23]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2항


[24] <차별금지법안> 제10조 (모집ㆍ채용상의 차별금지)


[25]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26]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27]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유아교육법ㆍ초중등교육법ㆍ고등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기관, <학점 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훈련기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다른 직업교육훈련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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