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살펴보기 (6)
본 법안은 처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차별 당하지 않도록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따라서 이에 관련한 조항을 제4장에 ‘차별의 구제’라는 제목으로 담고 있다.
(이미 앞에서 설명했듯이, 본 법안은 23개 차별 사유로 ‘고용, 재화ㆍ시설 이용, 교육ㆍ훈련, 행정서비스’와 같은 네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종교나 학문은 금지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방송서비스의 공급ㆍ이용의 차별을 금할 뿐이지 방송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동성애 설교는, 그것이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든, 방송으로 송출되는 것이든, 본 법안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
피해자가 차별을 당하면 이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진정한다.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대리인도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위원회에서 내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다시 부과할 수 있다. 차별행위를 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데,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2~5배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안에서 규정한 ‘불이익 조치 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우선 더 이상 차별 받지 않고, 피해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며, 피해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받고, 경우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받을 수 있다.
이대로라면 ‘진평연’에서 본 법안이 ‘목회자와 교회를 파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진평연’에서는 ‘반동성애 설교는 처벌 대상’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주장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차별금지법>의 처벌조항이 목회자와 교회를 파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회자나 교회가 종교 활동을 벗어나 본 법안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했다면 예외 없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차별을 당한 사람이 위원회에 진정한다고 모두 ‘인용’(차별행위로 판단)되어 시정명령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고, 손해배상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이 무한대인 것도 아니며, 차별행위를 했다는 자체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차별행위를 위원회에 진정하면 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28]에 따라 차별행위가 일어났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린다. 진정된 사건이 얼마나 인용되는지 살펴보니 그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낮았다.
<2018 국가인권위원회 통계>[29]에 따르면 2001년-2018년 동안 인권침해 사유로 접수된 진정 99,365건 중에서 인용된 것은 4,540건으로 인용 비율은 4.6%에 지나지 않는다. 차별행위를 위원회에 진정한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그 비율도 극히 낮다. 차별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이 인용되어야 한다. 진정이 인용되어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렇게 내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인용 비율이 이렇게 낮은 걸 보면 본 법안이 실효성이 있을지 오히려 의문스럽다.
본 법안은 ‘차별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을 차별받았다고 진정하는 사람(피해자)이 아니라 그 대상자(가해자)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30] 차별을 받는 사람은 대체로 약자의 위치에 있으니 당연한 요구이다. 차별행위라고 판단되면 가해자는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차별이 고의나 과실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증명하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한 차별행위로 판단되더라도 ‘재산상의 손해’는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가 피해규모를 입증할 수 없을 경우에는 가해자가 차별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을 배상액으로 한다.[31] 즉, ‘진평연’의 주장과 달리 손해배상은 ‘정신적 피해’가 아닌 ‘재산상 손해’에 한정된다.
물론 차별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액의 2~5배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악의적’이라는 것을 차별행위가 ‘고의적이거나, 지속적ㆍ반복적이거나, 보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32] 차별행위가 ‘악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범죄의 영역에 해당할 것이니 형사처벌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본 법안은 그 책임을 배상금으로 오히려 한정하고 있다.
‘진평연’에서는 (반동성애 의사를 표명한) 1만 명이 각각 손해배상 100만 원, 징벌적 손해배상 500만 원씩 소송을 당하면 손해배상 규모가 600억 원에 이르게 되니 목회자나 교회가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원회의 진정 인용율을 고려할 때 본 법안에서 규정한 제재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염려할 정도이다. 이 정도 소송이면 그 비용도 엄청난데, 과연 ‘차별받는 소수’ 중에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하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고로, 변호사 수임비는 빼고 인지대며 송달료만 해도 22억4천만 원에 이른다.
형사처벌 조항도 ‘진평연’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르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조항은 차별행위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ㆍ전보ㆍ징계ㆍ퇴학 시키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지, 차별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33]
‘진평연’의 출범과 운영에 몇몇 변호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 법안에 대한 법률적 반대논리는 모두 이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들로서는 본 법안에 대해 수세적인 입장이므로 본 법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을 상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도 법률가이니 그 주장이 상식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그들의 주장을 듣고 발표한 자료도 세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들이 지적하는 문제 조항을 몇 번이고 살펴보고, 그에 대한 다른 법률가들의 해석도 찾아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진평연’은 본 법안을 ‘다르게 해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것 아니라, 본 법안에서 ‘규제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반대 논리와 주장은 지금도 계속 확대재생산 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일뿐 아니라 ‘악의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차별금지법>은 이름 그대로 ‘차별받는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것은 차별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차별받는 소수’가 ‘차별하는 다수’의 손발을 묶어놓으려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인데, ‘차별받는 소수’에게 ‘차별하는 다수’의 손발을 묶어놓을 힘이 있다면 그들이 왜 차별을 당하고만 있겠는가? 논리적으로도, 또한 실제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28]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위원회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할 때에는 피진정인, 그 소속 기관ㆍ단체 또는 감독기관의 장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권고할 수 있다. 1. 구제조치의 이행 2. 법령ㆍ제도ㆍ정책ㆍ관행의 시정 또는 개선
[29] <2018 국가인권위원회 통계> 2. 인권침해 진정 처리결과 [표 3-2-2-1] p.117
[30] <차별금지법> 제52조
[31] <차별금지법> 제51조 제1항, 제2항
[32] <차별금지법> 제51조 제4항
[33] <차별금지법> 제56조; 제55조를 위반하여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55조 제1항;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가 진정 또는 소의 제기, 증언, 자료 제출ㆍ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ㆍ전보ㆍ징계ㆍ퇴학 등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