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에 몇 번 참석하다보니 이제 손님 같다는 느낌은 면했다. 오늘은 대학생 1학년 아들을 둔 모자 두 가족과 남자 대학원생, 그리고 오십 대 어머니 두 분이 참석했다. 말하자면 남자 대학생과 그 어머니들인 셈이다. 책을 매개로 만나고는 있지만 내게는 무척 새로운 경험이다. 교회학교에서 청소년들과 오래 시간을 보내서 젊은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건 익숙한 일인데 그 어머니 세대 분들과 만난 건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컨설턴트 김호 코치와 정재승 교수의 <쿨하게 사과하라>를 선정해 함께 읽었다. 오늘은 사과에서 시작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사과가 일어나게 된 인간관계로 초점이 옮아갔다. 진정한 사과가 아닌 형식적인 사과를 사과로 여기는 게 타당한가, 진정한 사과와 형식적인 사과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상대가 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기합리화를 통해 스스로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경우 어떻게 이들을 사과하게 만들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정당방위로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사과해야 하는가. 질문이 꼬리를 이었고 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참석자 대부분이 두어 가지에 공감하게 되었다. 우선 사과란 상대가 받아들여야 비로소 사과가 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아무리 진실한 마음을 담아 사과했더라도 상대가 사과가 아니라고 여기면 사과가 아닌 것이다. 그건 오로지 사과를 받는 사람이 결정할 문제라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다음으로 마음에도 없으면서 하는 형식적인 사과는 당장은 넘어가더라도 언젠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진실한 사과가 (전략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는데 동의했다. 거기에 덧붙여 살아보니 정직함은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도리이기도 하지만 전략적으로만 봐도 자신을 보호하는 매우 강력하고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내 생각을 피력했다.
독서모임의 리더가 혹시 내가 불편하거나 지루하게 여기지는 않는지 자꾸 묻는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모임 참석자들이 나 때문에 불편한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