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6.16 (목)

by 박인식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겠다고 하루걸러 10킬로미터씩 걷기 연습을 한다는 내게 자기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생각으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 친구가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 걸음 뒤쳐졌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로 어지간해서는 걷기 연습을 빼먹지 않았다.


지난 가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만나야할 친구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주에야 전화를 했다. 나도 내가 어떤 상황인지 정리가 되지 않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막막했다고, 그래서 연락을 못했노라고 변명을 하니 그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기다렸단다.


소식은 늘 알고 지내지만 만나지 못한 것은 십 년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새 둘 다 반백이었던 머리가 백수가 되었다. 다행히 그나 나나 건강은 크게 상하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니 다짜고짜 산길로 끌고 올라간다. 아마 한 시간은 족히 걸었을 것이다. 수원에 그렇게 깊은 숲이 있을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을 지나고 잘 정비해놓은 개울을 따라 걷다 보니 눈앞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광교호수공원이라고 했다. 이전에 원천저수지였다는데 기억을 되살릴 아무 흔적을 찾지 못했다.


커다란 호수 주변으로 조감도에서나 봄직한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름도 범상치 않은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에 올라 풍경에 한 번 놀라고 시원한 바람에 두 번 놀라며 선문답하듯 서로가 흘려보낸 시간을 나누었다. 친구가 빵 맛이 좋고 커피 향이 좋아 자주 찾는다는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느라 문상 갈 시간을 잊을 뻔 했다.


요즘 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친구는 지금까지 수삼 년 동안 150편 정도를 썼다고 했다. 매주 거르지 않고 최소한 한 편은 쓴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 역시 한 주에 하나 꼴로 북 리뷰를 쓰다 보니 얼추 그 정도에 근접하고 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살아있는 동안 천 편을 채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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