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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03. 2022

사우디 왕가 이야기 (7)

2017.11.07

사우디가 부자이지요. 최대 산유국이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러면 한 해 재정수입이 얼마나 될까요? 간단합니다. 산유량에서 내수를 제외하면 수출량이 되고, 여기에 유가를 곱하면 원유 수출로 버는 수입이 됩니다. 이와 같이 원유 수출로 버는 돈이 전체 재정수입의 70% 정도이니 (2017년 기준 69.4%) 전체 수입 규모를 추정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산유량은 OPEC 할당량을 넘지 못합니다. 대체로 1천만 배럴로 보면 무리가 없습니다. 원유 내수가 30% 정도이니 수출물량은 하루에 7백만 배럴을 넘기 어렵습니다. 원유 내수 대부분은 발전용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수는 매년 전체 생산량의 1% 정도씩 늘어난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5년 후에는 전체 생산량의 35%, 10년 후에는 40%에 이르게 되지요. 원유 팔아서 먹고 사는 나라가 팔 원유가 줄어드는 겁니다. 거기에 떨어진 유가는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각종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향상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이에 미달하는 제품은 폐기처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동안 원유발전에 의존하던 것을 효율이 높은 가스복합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것 모두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우디 재정수입을 추산해 볼까요? 2017년 사우디 정부예산에 따르면 원유 수입(Oil Revenue)이 전체 재정수입의 69.4%이고 유가는 배럴당 55달러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산유량 하루 1천만 배럴 중 수출물량 하루 700만 배럴, 배럴당 55달러를 가정할 경우 한 해 원유 수입이 1,405억 달러(한화 157조 원)입니다. 그렇다면 사우디 한 해 총 수입은 2,024억 달러(한화 227조 원) 정도가 됩니다. 우리나라 2017년 예산이 400조 원이니 원유수입이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참고로 사우디 인구는 3천 만 명으로 우리 인구 5천 만 명의 60% 정도입니다. 이 비례를 감안하더라도 수입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예산에 유가를 배럴당 55달러로 산정했습니다만, 사실 2015년에 30달러 밑으로 떨어져서 2016년 내내 40달러 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 초에 겨우 50달러를 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50달러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니 실제 수입은 이보다 10% 이상 밑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사우디 2017년 예산은 수입 1,840억 달러에 지출 2,370억 달러로 한 해 적자가 530억 달러에 달합니다. (재정수입을 위에서 추산한 2,024억 달러보다는 조금 보수적으로 잡았군요. 그래도 실제 원유 수입이 기대보다 10% 이상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정 적자규모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우디 외환보유고가 2014년 초에만 해도 7천 억 달러를 훨씬 넘었습니다만 이렇게 적자 재정을 편성하다 보니 올 9월 현재는 4천8백 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 4천 억 달러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았는데 이후에 유가가 오른 것이 도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올해 예상되는 재정 적자가 530억 달러 정도이니 내년에는 4천 억 달러 초반으로 떨어지겠네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최근에 MbS는 네옴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굵직굵직한 계획을 끊임없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네옴 신도시 사업이 5천 억 달러,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이 2백 억 달러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한 해에 모두 투입되는 건 아닙니다만, 이 돈이 어디서 나올까 싶은 생각이 안 드십니까? (거기에 예멘 전쟁에 투입되는 전비도 연 수백 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아람코 지분 5%를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이를 재원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습니다. 아람코 전체 지분을 2조 달러로 추산했을 때 5%를 상장하면 1천 억 달러 정도를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최대 700억 달러, 최소 400억 달러 정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말하자면 이 금액으로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MbS의 성공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고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면 MbS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려 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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