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극장이라면 단연 대한극장이었다. 개봉관이야 그곳 말고도 많았지만 70밀리 대작 영화를 상영할 극장은 그곳 말고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벤허’를 필두로 ‘남태평양’에 이어 ‘사운드 오브 뮤직까지’. 학교에서 단체 관람 간다고 하면 며칠 전부터 들뜨곤 했다. 최신식 영화관이 들어서면서 대한극장이 사라지나 했더니 그 역시 몇 년 단장 끝에 번듯한 복합상영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까운 곳에 극장이 있지만 아내와 굳이 그곳을 고집했다.
지하철에서 극장 지하층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닫혀 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극장이 크게 위축이 되었다더니 그 여파인 모양이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이 적기도 했지만 매점 자리까지 휑하니 비어있어 예전의 활기 넘치던 모습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요 며칠 온라인에 유독 <헤어질 결심> 감상평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 비판적인 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악평은 아니고 기대한 것만 못하더라는 수준 정도. 대체로 호평이거나 극찬에 가까운 것이어서 기대를 걸었다.
나는 어두운 게 몹시 불편하다. 그래서 어두운 영화가 싫다. 공교롭게도 작품성을 거론할 정도의 영화는 대체로 어두워 영화를 골라놓고도 매번 망설인다. 밝은 화면이 기억나지 않기는 이 영화도 다르지 않았다. 대사도 최소한으로 하고 긴장과 생략을 반복하다 보니 줄거리 따라가기가 바빠 끝날 때쯤 되어서야 감독의 뭘 보여주려고 했던 건지 겨우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영화 보고나서 줄거리 복기하느라 영화 포스팅을 찾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을 위한 영화였다. 그 중에도 탕웨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뛰어난 미인은 아닌데 눈길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아내가 여자 때문에 남자가 무너질 수도 있겠더라고 했다. 줄거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더라면, 탕웨이가 중국어로 연기했더라면, 탕웨이의 한국어가 좀 더 정확했더라면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박해일도 좋았지만 대체 불가까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