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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8.27 (토)

by 박인식

베를린에서 아들 따라 헬스클럽에 갔다가 사우나에서 몹시 당황했던 일이 있었다. 사우나 안에 여성이 들어온 것이다. 수건을 두르고 들어온 것까지야 그런가보다 했는데 사우나 밖에서 그마저도 벗어던지고 샤워를 하는 게 아닌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이 지금 일하는 비스바덴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들에게 함께 가자고 하니 혼탕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했다가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기는 해도 눈치가 보여서 선뜻 가자고는 못하겠더라.


혼탕이라고 해서 가니 남자들만 있더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혼탕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가보니 사실이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들 눈치도 보여서 처음에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그런 느낌은 오 분도 안 갔던 것 같다. 그냥 심드렁해지더라는 말이다. 더구나 한 시간에 한 번씩 사우나 쇼 할 때는 좁은 사우나 안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야 하는데, 그것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한국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셋이 아주 긴장한 얼굴로 들어왔다. 탈의실에서 마주쳤는데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보는 내가 웃음을 터트릴 뻔 했다. 온탕 바로 옆자리에 젊은 한국 여성 둘이 앉았던 적도 있었다. 목욕탕 욕조 안에서 인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논하던지. 아마 내가 한국 사람처럼 안 보였던 모양이었다. 설마 옆에 앉은 사람이 한국 아저씨인줄 알았어도 그렇게 태평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 아내에게 같이 가자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작년 이맘 때 독일은 이미 마스크를 다 벗었지만 온천은 그때까지 코로나로 닫았던 문을 열지 않아 아쉽게 돌아섰다. 오늘 아침에 비스바덴 시내를 나가보니 이미 코로나 이전 상태를 회복했다. 당연히 온천을 열었으려니 했는데 아직도 문이 닫혀 있었다. 얼마나 아쉽던지. 오해는 마시라, 난 원래 온천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다.


참고로 입욕료는 시간당 6유로. 그래서 요금은 들어갈 때가 아니라 나갈 때 받는다. 그리고 이 글은 ‘좋아요’가 아니라 ‘웃겨요’에 해당하며, 시차적응이 안 돼서 비몽사몽간에 쓰는 글이니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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