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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8.29 (월)

by 박인식

아침에 일어나니 바람이 차다. 벌써 가을인지 이곳이 유독 기온이 낮은 건지, 감기 든다며 아내가 무릎 담요를 가지고 발코니로 나왔다.


여행을 다니면서 해보고 싶은 것이 몇 개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객으로서가 아니라 그곳 사람으로 일상을 누려보고 싶었다. 널찍한 공원에서 자리 펴놓고 바구니에 가져간 점심 먹으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고, 어디 농가에 가서 그곳에서 난 채소며 과일로 차려낸 저녁을 먹으며 그곳에서 빚은 포도주 한 잔 하는 건 또 얼마나 멋질 것이며, 시끌벅적한 선술집에서 낯모르는 이들과 권커니 자커니 하는 것도 낭만적이겠다. 거기에 더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오래된 성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이다.


혜인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고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 있다고 했다. 라인강 계곡을 따라 곳곳에 고성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오래된 쇤부르그 성채가 꼭 그런 곳이라는 것이다. 어제 점심 때 쯤 도착해 곳곳을 돌아보고 객실로 올라가 라인강 쪽으로 난 발코니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또 발코니에 그렇게 나가 앉았다.


엊저녁 아이들과 통화하는데 집이 아닌 걸 알아차린 작은 녀석이 집은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다. 집 지키러 와서 어딜 갔느냐는 말이렷다. 이런 고연...


“쇤부르그 성은 10세기에 지어졌으며 17세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겪었다. 12세기 쇤부르그 대공이 라인강 일대를 다스릴 때부터 그 일가가 거처했다. 250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규모였으며, 1689년 팔라틴 전쟁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서 2백 여 년 폐허로 남아 있었다. 19세기말 독일계 미국인인 라인랜더가 오버베셀 주정부로부터 이를 사들여 20년 넘게 수리한 것을 오버베셀 주정부가 1950년 다시 사들였다. 1957년부터 휘틀 가문이 이를 임대해 현재까지 3대에 걸쳐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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