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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ug 30. 2020

[차별금지 10] 성경은 동성애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차별금지법 살펴보기 (10)

무모한 시도


성경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성경을 읽으면서 거기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본 것이 전부이고, 성경공부에 참여할 기회가 몇 번 있기는 했어도 그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형편에 있는 사람으로서 성경 텍스트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배경에서 기록된 것인지 살피겠다는 건 매우 무모한 일이다. (무모하기는 법적 의학적 관점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기왕 살펴보기로 한 것이어서 관련 신학서적 몇 권(최창모[48], 김근주[49], 잭 로저스[50])을 읽고 거기서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저자들이 인용한 성경 구절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러 한글 번역본[51], 1912년 한문성경, 그리고 NIV와 KJV를 대조하며 읽었다. 스위스 바젤대학에서 조직신학을 공부하고 계시는 진규선 목사로부터 이 주제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조언도 듣고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물을 수 있었다. 또한 김근주 교수께도 저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읽은 자료가 공교롭게도 성경은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반동성애 측의 성서학적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총신대 이상원 조직신학 교수의 공개강의 두 편과 짧은 동영상 몇 편을 보고 양측의 주장을 함께 살펴보도록 했다.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구절


성경에서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구절은 모두 일곱 곳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창세기 19:1-11; 두 천사가 소돔에 있는 롯을 찾아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사건. 소돔 사람들이 ‘상관(sex)’하겠다고 롯에게 두 천사를 내놓으라고 요구함


○ 레위기 18:22 및 20:13; 시내산에서 받은 율법. ‘여자와 동침하는 것처럼 남자와 동침하는 것(lie with a man as lie with a woman)’은 가증한 일이니 하지 말라고 금함


○ 사사기 19:16-26; 레위 사람이 집을 나간 첩을 찾아 돌아오는 도중 여부스에서 묵을 때 일어난 사건. 동네 불량배들이 ‘관계(sex)’하겠다고 레위 사람을 내놓으라고 요구함


○ 로마서 1:26-27; 사도바울이 열거하는 ‘우상숭배 결과로 일어나는 죄악목록’ 중 하나로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행하는 부끄러운 일(man committed indecent act with other man)’이 포함됨


○ 고린도전서 6:9; 사도바울이 열거하는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는 자’의 유형으로 ‘탐색하는 자(male prostitute)나 남색하는 자(homosexual offender)’가 포함됨


○ 디모데전서 1:10; 사도바울이 교훈하는 중에 언급한 금지해야 할 행동 중 하나로 ‘남색하는 자(pervert)’가 포함됨


해당 구절을 비교해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성경이 문제 삼는 것은 ‘쾌락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성행위’이지 ‘성 정체성의 차이로 인한 성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52] 이런 분류를 말장난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의미 없는 설명이 되겠지만 말이다.


최창모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성서에서 동성애를 금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증한 일이며 더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행위는 우상숭배와 같은 것으로서 개인은 물론 땅까지 더럽히는 행위이며, 결국 더럽혀진 땅에 사는 백성들까지 멸망시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왜 그것이 더러운 일인지에 관해서는 설명해주고 있지 않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구절의 맥락을 이해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 비로소 성경이 금하는 것이 ‘동성애인지, 동성 성행위인지, 아니면 상황 뒤에 가려져 있는 다른 어떤 행위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그가 서술한 “성관계란 삽입하는 사람(남성)과 수용하는 사람(여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행위이므로 남성끼리 성행위를 할 때 한 사람은 여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당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으로 남성이 여성 역할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당시 상황에서 동성성행위가 상대 남성에게 큰 수치를 안기는 폭력의 한 형태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돔은 동성애 때문에 멸망당했나?


창세기 19장에는 두 천사가 소돔에 사는 롯을 찾아갔다가 동성을 강간하겠다고 덤벼드는 사람들에게 봉변당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많은 이들이 동성강간 때문에 하나님께서 진노하셔서 소돔을 멸망시키셨다고 알고 있지만, 창세기 18장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소돔을 멸망시키시기로 결정하셨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매달려 결국은 의인 열 명만 있으면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김근주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아브라함에게 의와 공도의 삶을 찾으신 (창 19:19)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에서 부르짖음과 죄악이 사실인지 확인하겠다고 (창 19:20-21) 말씀하시는 것은 소돔과 고모라의 사건을 의와 공도의 기준으로 판단하시겠다는 선언이며, 이를 위해 나그네가 되어 그 성을 방문하신 것은 나그네를 대우하는 모습이 의와 공도를 판단하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어지는 20장에서 그랄에 내려간 아브라함과 사라가 봉변당하는 기사를 다루는 것은 하나님의 관심이 ‘나그네 대접’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최창모 교수 또한 그의 저서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동성애라기보다는 나그네에 대한 환대법, 또는 약자보호법을 무시한 폭력적인 남자들의 사회적 지배욕으로, 그들은 친절과 같은 사회적 가치보다 지배욕을 채우기 위해 강압적인 성행위를 자행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평신도로서 이런 해석이 타당한지 평가할 수 없는 일이어서, 그 대신 소돔 멸망 사건이 다른 성경에서 어떤 형태로 인용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본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모두 28곳(구약 13곳, 신약 8곳)에서 소돔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소돔의 죄악을 언급한 것은 15곳[53](구약 8곳, 신약 7곳)으로, 아래 세 곳을 제외하면 죄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다.


○ 네 아우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니, 그와 그의 딸들에게 교만함과 음식물의 풍족함과 태평함이 있음이며, 또 그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아니하며, 거만하여 가증한 일을 내 앞에서 행하였음이라. (에스겔 16:49-50)


○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하지도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 버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성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마태복음 10:14-15)


○ 어느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아니하거든 그 거리로 나와서 말하되 “너희 동네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도 너희에게 떨어버리노라.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을 알라” 하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그 날에 소돔이 그 동네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누가복음 10:10-12)


이 세 곳에 인용된 내용에 따르면 소돔이 멸망한 것은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도와주지 않고, 나그네를 영접하지 않은 죄’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소돔이 그날 밤 저지른 죄는 ‘상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그네를 영접하지 않고 오히려 짓밟겠다고 한 ‘폭력’인 것이다.


이와 달리 이상원 교수는 유튜브 강의에서 “롯이 나그네를 영접하였으니 소돔이 나그네를 영접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틀렸고, 예수께서도 누가복음 10장에서 소돔이 나그네를 환대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한다. 하나님께서는 롯을 구원하시고 소돔은 멸망시키셨다. 그것은 롯은 나그네를 대접했고 소돔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롯이 대접한 것이 곧 소돔이 대접한 것이라는 주장은 난데없다. 그리고 주장이 난데없기는 누가복음 10장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다.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각주>


[48] 최창모 <금기의 수수께끼> 한길사, 2003


[49] 김근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대장간, 2020


[50, 52] 잭 로저스 <예수, 성경, 동성애> 한국기독교연구소, 2015


[51] 개정개역, 개역한글, 표준새번역, 새번역, 현대어성경, 현대인의 성경, 공동번역


[53] 신 29:13, 렘 23:14, 렘 49:18, 렘 50:40, 애 4:6, 겔 16:40-58, 암 4:11, 습 2:9, 마 10:15, 마 11:23-24, 눅 10:12, 롬 9:29, 벧후 2:6, 유 1:7, 계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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