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스마트폰으로 바뀔 쯤 혜인이가 태어났다. 영상으로 아이를 보려면 앱을 사용하거나 아이폰 페이스타임을 사용해야 했는데, 앱에 비해 페이스타임 영상이 월등히 깨끗해서 주저하지 않고 아이폰을 택했다. 저만 잘난 아이폰은 앱스토어에서 산 앱을 안드로이드폰에서 쓸 수 없게 만들어 놔서 거기에 그만 발목이 묶였다. 앱의 영상통화 품질도 더 나아지지 않아 작년에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아이폰을 사용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사우디에 부임하다 보니 굳이 한국 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꿀 필요가 없었다. 몇 년 전 2G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꿨다. 작년에 돌아와서 그걸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손에 익지 않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어서 남은 일 정리하는 대로 사우디 전화를 없애고 아이폰으로 바꿀 생각이었다.
이제는 안드로이드폰이 꽤 손에 익었다. 처음에는 영 익숙해질 것 같지 않더니 세월 앞에 장사가 없더라. 어쩌다 아이폰을 쓰려면 오히려 낯설고 불편하다. 사실 안드로이드폰을 쓰면서 별로 불편한 줄도 몰랐다. 그런데도 바꾸지 못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바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모험심도 많은 줄 알았다. 돌아보니 호기심만 많았다. 모험심도 많았더라면 좀 더 많이 덤벼들어봤을 텐데. 너무 안전한 길만 택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주변에 크게 폐 끼치는 일 없이 살았다. 이제 와서 가끔 큰 소리도 내고 사고도 치면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버스 다 지나간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