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듣고 나서 차마 한밤중에 전화는 못 걸고 조카들이 모두 집에 있는지 묻는 문자만 보냈다. 아침까지 답이 없어서 별 일은 없으려니 했으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전화를 걸었다. 한 녀석은 뉴스를 듣고 잤던지 내가 왜 전화하는지 묻지 않았다. 한 녀석은 전화를 받지 않아 제 아범과 통화하고.
그러고 일어나 어제 하루 종일 가슴에 납덩이를 안고 보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그저 묵묵히 주일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공교롭게 교회에서 저녁 모임이 있었다. 미루었으면 좋았겠는데. 사람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니.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유난스러워 보여 아내와 그냥 돌아왔다. 그래도 아쉽기는 하다. 이웃의 고통에 가장 민감해야 할 교회 아닌가. 그것 이전에 사람에 대한 도리이자 예의이기도 하고.
아침에 혜인 아범과 통화하는데 이번 일로 한국에서 공연이 여러 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얻은 공연 기회가 없어졌다니, 그렇다고 낙심했다는 내색을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속상해 하더란다. 도서관에 가니 오늘 점심시간에 도서관 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야외음악회 취소 공고가 붙었다. 짐작했던 바이기는 한데.
문득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어떤 이가 죽을 것 같은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밥을 먹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경악했더라는 글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