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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11.04 (금)

by 박인식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을 읽는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적나라하고, 거기에 일방통행이 아니라 대화가 가능한 쌍방통행이기 때문이다. 각종 소셜미디어마다 나름의 알고리즘이 있어 비슷한 성향의 글만 보이게 되어 있다는 함정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 세상을 읽는데 이보다 더 효율적인 플랫폼은 찾기 어렵지 싶다.


나는 내 성향을 잘 안다. 굳이 알고리즘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이 반가운 것이 인지상정이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자기 편향이 심화되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의도적으로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글을 찾아서 읽었다. 읽을 만한 가치가 없는 글이라고 해도 꾸역꾸역 찾아서 읽었다. 그들이 왼쪽으로 얼마나 치우쳤는지 궁금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오른쪽으로 얼마나 치우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페이스북에 올리는 모든 글을 공개적으로 쓴다. 누구든 읽을 수 있고 누구든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이들에게는 친구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읽는 글을 쓰는 이들과도 친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팔로우만으로도 읽는데 지장이 없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간혹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달고 싶은데 친구에게만 댓글을 허용할 경우 친구 신청을 한다. 나는 친구를 이백 명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피드에 올라오는 글은 다 읽기 때문에 그 숫자를 넘기면 내가 읽으려는 글을 읽을 수 없다.


페이스북 친구 중에 나와 성향이 정 반대인 이들도 적지 않고 내가 팔로우 하는 이들 대부분도 역시 그렇다. (그래도 친구 중엔 성향이 비슷한 이들이 더 많다.) 성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 사안들이고, 그런 주제 말고 자기 분야의 글을 쓰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전문가 중에 간혹 사회적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언사를 쓰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좋은 글 읽는 구독료 내는 셈 치고 견디고 있다. 그래도 견디기 어려우면 조용히 관계를 정리한다. 물론 글을 읽지 못해 아쉽지만 정신 건강도 생각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니 혹시 친구 신청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도 이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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