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처음 만나는 것이었지만, 서로가 알아보고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해 식사하고 차 마시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내내 오래도록 만난 친구처럼 격의가 없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겹 동문인데다가 음악을 좋아하고 독일이라는 매개체까지 있었으니 화제가 얼마나 풍성했던지.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그만 바쁜 사람을 두 시간 넘게 붙들어놓았다.
팔십 년대 말쯤이었을 것이다. 월성원전 현장에서 일하면서 KBS FM방송을 나지막하게 틀어놓고 지냈다. 현장에서 듣기에는 말 수가 적은 게 제격이어서 클래식 방송을 즐겨 들었다. 원숙하지만 아주 절제된 목소리로 작품과 연주자만 소개하는 진행자가 특히 인상 깊었다. 그 후로도 그가 진행하는 방송을 자주 들었다. 간혹 우리 가곡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고, 아나운서가 중심이 된 KBS 한국어연구회 일원으로 바른 말 고운 말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방송을 이끌어 나가는 품으로 봐서 나보다 한참 손위가 아닐까 생각했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이다.
두어 해 전부터 그가 페이스북에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날더러 선배라지 않는가. 하긴 그때까지 현직에 있을 나이었으니 그게 당연한 일이기는 했는데. 세상에나. 그렇다면 그는 노숙했던 것인가 아니면 겉늙었던 것인가? 아무튼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연말이 가기 전에 저녁에 만나 대포 한 잔 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는 독일어에 능숙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독일 방송 모니터한 글을 올리곤 하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독어에 취미가 붙었다고 했다. 같은 선생님께 배웠겠는데, 나는 그 선생님 때문에 독어라면 진저리를 치는데 그는 흥미를 느꼈다니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 물어보니 그도 같은 선생님께 배우기는 했어도 잠깐이었다고 했다. 나중엔 다른 선생님이 가르치셨단다. 그러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