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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21. 2022

사우디 왕세자의 재산

사우디 왕세자의 재산이 2조 달러, 한화로 물경 2천7백조 원이라고 한다. 2021년 사우디 국가 지출예산은 2,260억 달러인데 수입예산은 그보다 380억 달러 적은 1,880억 달러였다. 국가수입의 70%는 석유 팔아 벌어들인 돈이고. 그러니 한 해 국가수입의 열 배가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런 재산이 가능할까?     


내가 현지에 부임하던 2009년에만 해도 그는 존재조차 없던 왕자였다. 압둘라 6대 국왕이 건재하고 있었고, 압둘라 국왕의 아들들도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당시 Crown Prince(왕세제)는 수다이리 세븐의 둘째인 술탄 왕자였다.     


초대 압둘아지즈 국왕은 아들을 45명을 두었는데(아래 명단 참조), 그 중 수다이리 왕비에게서만 7명을 두었다. 스무 살 이전에 죽은 왕자들이 10명. 나머지 35명은 수다이리 세븐과 나머지 왕자들의 대결인 셈이었다. 28:7인 셈. 그래도 다른 왕자들이 수다이리 세븐을 꺾지 못했다. 수다이리 세븐의 첫째는 5대 파드 국왕, 둘째 술탄 왕자와 넷째 나예프 왕자는 왕세제에 올랐으나 압둘라 국왕보다 먼저 죽어 결국 여섯째인 살만 왕자가 7대 국왕이 되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살만 왕자가 국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자기보다 왕위 계승 서열이 빠른 동복형님이 넷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살만의 아들(빈살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버지보다 왕위 계승 서열이 빠른 큰아버지가 넷, 당시 압둘라 국왕의 아들들, 큰아버지의 아들들. 게다가 자신은 살만 국왕의 세 번째 부인의 아들이었고, 서열로는 다섯 번째였다.     


살만 왕자는 술탄 왕세제(2009년 사망)에 이어 왕세제에 올랐던 나예프 왕자가 2012년 사망하고 나서야 왕세제가 되었다. 그리고 압둘라 국왕이 사망할 당시 압둘라 국왕의 아들들과 측근에 의해 폐위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왕위를 차지한 살만 국왕은 즉위하던 해에 압둘라 국왕이 세워놓은 무끄린 왕세제를 폐위하고 자기 조카인 빈나예프(나예프 왕세제의 아들)를 왕세자로 세웠다. 그리고 2017년 빈나예프 왕세자를 폐위하고 자신의 다섯 번째 아들인 빈살만을 왕세자로 세워 오늘에 이르렀다.     


빈살만이 권력을 행사한 건 아버지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나서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부터였으니 길게 잡아도 5년이 안 된다. 사우디 왕자들이 재산이 많다고는 해도 빈살만은 왕위 계승 서열에서 멀어도 한참 먼 상태였으니 지금 재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였을 것이고, 결국 그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은 그 이후에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왕세자가 되었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재산을 모으는 게 가능했을까? 그게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덤비시라. 왕명 하나면 국유화가 가능한 곳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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