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11.26 (토)

by 박인식

진보는 변화를 추구하고 보수는 안정을 추구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역시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그 속도가 변화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내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에 대해 회의적이다. 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명분을 얻는데 더 치중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진영논리로 귀결되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은 한가한 소리인지도 모른다. 그런 중에 귀를 기울일 만한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읽게 된 글에 끌려 몇 년째 같은 필자의 글을 읽어오고 있다. 글마다 날이 서있고 때로 조롱도 서슴지 않아 읽는 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도 그의 글을 꾸역꾸역 읽는다. 그것은 그의 글이 가진 몇 가지 미덕 때문이다. 우선 주장하는 바가 내 생각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일단 확인된 사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상식만으로도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쓸데없는 미사여구나 궤변으로 독자를 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연민이 글과 주장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가 신간을 내고 독자를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부랴부랴 책을 읽고 그 자리에 다녀왔다. 나와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보니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에서 느끼는 이질감이 생각보다 컸다. 잘못 온 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잠깐 사이에 두 시간이 흘렀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다만 사실을 쌓아 올라간 것이 아니라면 진실일 수 없다는 건 알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면 진실일 수 없다는 주장과 자신이 ‘등촌동 현빈’이라는 주장은 양립하는가?


산하 김형민 PD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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