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다. “들판에 담벼락이 서있다고 함부로 헐어버릴 일이 아니다. 담벼락 뒤에 날뛰는 들소가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결정에는 그만한 뜻이 있으니 뒤집기 전에 무슨 의도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살펴보라는 말로 알아들었다.
DDT가 생태계에 미치는 문제를 지적해 미국의 환경정책 기조를 바꿔놓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고 있다. 이 말이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깨달았다.
“산쑥의 일종인 세이지가 번창한 미국 서부지역에서 이를 없애고 초지를 만들려 했다가 자연이 파괴되는 일이 일어났다. 세이지는 서부 고원지대와 그 위로 솟아오른 산등성이에서 자란다. 이 지역은 겨울이면 초원에 눈이 높이 쌓이고 여름이면 가뭄으로 땅이 타들어갈 뿐 아니라 건조한 바람이 나뭇잎과 줄기에서 수분을 뺏어간다. 자연 식생이 진화하면서 식물들은 이 지역을 서로 차지하려했지만 수분을 훔쳐가는 바람을 막아내기 적합한 세이지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사람들은 제초제를 뿌려 세이지를 없애고 초지를 만들었지만 그 초지는 얼마 가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세이지를 먹고 살던 산양도 뇌조도 사라졌다. 야생의 자연계가 무너지자 땅은 더욱 척박해지고 한겨울 눈보라 속에 가축들은 굶주리게 되었다.”
레이첼 카슨은 이 글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환경을 바꾸려면 그 주변의 자연역사와 풍토를 고려해야 한다. 자연환경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벌이는 상호작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요즘 둘레길이며 개천길을 얼마나 잘 만들어놨는지 걸을 때마다 감탄한다. 내 눈에는 크게 손을 댄 것 같지는 않은데, 책을 읽다 보니 그것도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일로 여겨진다. 전례를 볼 때 그만한 일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했을 것 같지도 않고, 했다고 해도 생태영향까지는 평가하지 않았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