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12.04 (일)

by 박인식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친구가 서울에 왔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는데 몇 시간 흘려보내고 그만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확인했다. 부랴부랴 서둘러 나가 한 곳, 두 곳, 세 곳을 거쳐 찻집에서 헤어지기까지 족히 여섯 시간은 어울려 다닌 모양이다. 하필 유난히 추운 날 밤에 종로 5가에서 시작해 광장시장으로, 종각으로 쏘다녔으니 몸이 멀쩡한 게 이상한 일이겠다.


생각해보니 그 정신에 고등학교 때 지학 선생님께 전화 걸어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 모양이다.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하루는 지학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부르시더니 지질학을 공부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성적은 뒤에서 세는 게 훨씬 빨랐는데 유독 지학에 재미를 붙여 그걸로 평균을 만회하곤 했거든. 권유하신 대로(라고 적고, 실은 성적 때문에) 지질학을 공부하고, 그걸로 사십 년 넘게 밥벌이하고, 머리 허연 중늙은이가 되어서야 전화를 드렸다. 그것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나 같으면 호통을 치고 끊어버렸을 텐데. 아마 만날 때마다 그 선생님 때문에 밥 먹고 살았다면서 정작 선생님께 전화 한 번 드리지 않는 나를 괘씸해하던 친구가 물 멕일 작정으로 전화해 바꿔준 게 아닌가 하는 아주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못 된 인사 같으니라구.


리야드에 십 수 년 사는 동안 친구 중에 내 집을 찾은 건 딱 한 놈뿐이었다. 출장 왔다는 소식을 듣고 데리러 가면서도 학교 다닐 땐 말 한 번 건네지 않았는데 만나서 무슨 말을 할까 싶었다. 물론 기우였고. 그렇게 한 번을 더 다녀갔다. 올 초에 국적을 회복해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다며 희희낙락한다. 아니 세금도 안 낸 놈 뭐가 예쁘다고 그런 걸 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어느 날은 멀쩡하고 어느 날은 이렇게 삭신이 쑤신 것이냐. 며칠 사이에 노쇠해진 건 아닐 것이고. 오늘 나보고 쟤가 왜 저러나 싶었던 분들 이해하시라. 귀하가 언짢아서 그런 게 아니거든. 웬수가 따로 있었다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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