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와 교회 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일은 많았어도 신앙에 대해, 성경에 대해 이야기한 일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그동안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냥 궁금한 채로 놔뒀던 질문을 하나씩 꺼내 답을 찾아가고 있다. 쉽게 찾아질 답도 아니고 어쩌면 평생 찾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책을 읽어가면서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애를 쓰기는 하는데, 그럴수록 질문이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그래도 나름 윤곽이 잡혀가기는 한다. 엉뚱하게도 신앙을 강화하는 쪽이 아니라 신앙과 거리가 먼 쪽으로 달아나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경외의 대상인 절대자와 그 절대자가 일으키는 신비한 사건으로만 여기던 성경이 내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것이 신앙의 근본을 흔드는 일일 수 있기는 하겠는데, 나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다행스럽게도 이적과 표적을 덜어내는 일이 내 신앙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다.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으니 세세한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내가 걷고 있는 혼돈의 길을 그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중에도 나는 잘 지내는데 그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 차이가 뭘까 생각했다. 아마 세월이 아니었을까? 오랜 시간동안 이런 고비 저런 고통 겪으며 넘어질 법 할 때마다 누군가 붙들어준 경험이 쌓이고 쌓여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세월 겪은 만큼 맷집이 쌓이고 그 맷집으로 성경의 모순을, 그것으로 인한 신앙의 갈등을 이겨나간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말이다.
그래, 맷집. 그러고 보니 그는 아직 맷집을 더 키워야 할 나이 아닌가. 참으로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맞다. 아니꼬운가? 뭐, 그래도 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