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하면서 많은 동료를 만났다. 악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좋은 인연이 훨씬 많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고 어려울 때 큰 힘이 되었다.
대전에 내려갔다가 마침 그곳에서 제안서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후배들을 만났다.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면에서 우리 때보다 훨씬 앞섰다. 깊이도 있고 자신감도 넘친다. 이 친구들을 경쟁자로 만나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마감을 앞두고 밤샘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악습은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지만.
그 자리에서 이젠 학계의 중진으로 우뚝 선 후배를 만나 몹시 반가웠다. 함께 일했던 것은 채 두 해도 되지 않았지만 늘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매사에 배우려는 열의가 넘쳤고 성품으로도 귀감이 될 만했다. 뭔가를 알려주면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봐야 내가 뭘 얼마나 알려주었을까 마는.
회사의 미래를 걸만한 사람이라고 여겼으니 이직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아쉬웠을까. 다른 회사로 간다고 했으면 이렇게 저렇게 조건이라도 맞춰보겠는데, 연구소로 간다고 해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그러라고 했다. 그곳이 그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겨우 한 마디 덧붙였다.
“내가 그곳에서 삼 년 배운 것으로 그나마 이 회사에서 밥값하고 사는데, 이제 당신을 가르쳐 보내게 되었으니 내가 연구소에서 입은 신세는 갚은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세진 것만큼 갚은 게 아니라 신세를 열 배쯤 갚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