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늦은 나이에 검도를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이어서 굳이 심사 볼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관장께서 심사를 수련의 한 매듭으로 여기라고 하셔서 그대로 따랐다. 승단심사를 볼 때가 되었는데 고단부 심사는 일요일에만 있다고 했다. 교회를 빠지면서까지 심사를 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신청하지 않았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데 유난해 보였던지 관장께서 한 주쯤 빠지는 것도 안 되는 거냐고 물으셨다. 사정이 있으면 못갈 수도 있지만, 승단심사가 그럴만한 사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랬다고 했다.
귀국하고 나서 조카들 따라 서너 번 여행을 다녀왔다. 내 사정을 생각해서 일요일은 늘 피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맞지 않았는지 일요일을 끼어서 간다고 했다. 토요일에 돌아올 생각으로 교통편을 찾아 놨다. 어제 조카들이 아내에게 같이 돌아오는 거냐고 묻더란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한 주일 예배를 빠지기로 했다. 뭔가 심오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안에, 그가 내 안에 있는데 굳이 묶여 살랴 싶기도 하고.
승단심사 봐야하는 사람 중에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었던지 언젠가 예외적으로 토요일에 심사를 본다고 했다. 결과? 붙을 리가 있나. 떨어지고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입이 댓발은 튀어나왔다. 날짜를 안 바꿨으면 핑계라도 댈 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