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처럼 내리던 눈이 그쳐 바다로 나갔다. 아마 생전 처음 본 바다가 동해였을 것이고, 그래서 금 하나로 하늘과 나뉜 것만 바다인줄 알고 살았다. 다도해가 아름답기는 해도 그래서 내게는 바다가 아니듯.
의상대 발 아래로 보이는 파도에 넋을 잃고 있는데 노인네 두 분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했다. 왠지 부부 같아 보이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다. 그 짧은 머뭇거림이 보였던지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가 연애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둘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노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여든은 되어 보였고 할머니는 그 정도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사진 찍어달라며 건네 준 게 2G폰이었다. 잠시 헤매다가 두분 얼굴이 잘 나오도록 자리도 옮겨드리고 그 작은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대여섯 장 잘 찍어드렸다. 정성을 다해.
옷차림이 번듯했더라면 아마 그렇게 정성 들여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서 나오는데 얼마나 유쾌하던지. 두 분이 재미있게 여생을 즐기시기를 빌었다. 아, 그 옆에 해수관음상이 서있었는데 거기 부탁해볼 걸 그랬나? 거기는 내 나와바리가 아니라서 내가 축수하는 게 신통치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