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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Feb 15. 2023

베르디 <나부코, Nabucco>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3막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바벨론 유수(幽囚, 포로)’가 배경이 된 이 오페라는 초연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의 상황과 아주 흡사했습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억압에서 벗어나 통일국가를 이루기 원했던 이탈리아 국민들이 이 장면을 자기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독립운동 때 거의 국가처럼 불렀답니다. 이탈리아 국민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을 결집시킨 동력이 된 것이지요.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서 열린 베르디의 장례식에서는 토스카니니가 9백 명의 합창단을 지휘해 이 노래를 불렀고 광장과 거리에 운집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는 군요.


이 오페라가 구약성경 열왕기, 예레미야, 다니엘에 나오는 바벨론 포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의 상황만 사용했을 뿐 당시에 일어난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요즘 자주 방송되었던 퓨전 사극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나부코는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 히브리 대제사장 자카리아는 선지자 스가랴, 히브리 왕의 조카 이스마엘레는 이스마엘, 나부코의 딸 아비가일레는 아비가일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아들이고 아비가일은 나발의 아내였다가 다윗의 아내가 된 여인이니 시대적으로도 이와 맞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베이스 역할인 자카리아가 상당이 비중이 있는 인물로 나옵니다. 사실 오페라의 남성 주역은 테너가 대부분이고 간혹 바리톤이기도 하지만 베이스가 주역인 작품은 없습니다. 베이스는 그저 잘 해봐야 비중 있는 조역 쯤 되지요. 그런 면에서 이 오페라는 베이스에게 아주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이번 5월 오페라 축제 때 처음으로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됩니다. 히브리 대제사장인 자카리아 역을 맡았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세계 최정상의 성악가인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안나는 아비가일레 역을 맡았습니다. 그가 데뷔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부터 그의 노래에 심취해온 저로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팬을 자처한지가 벌써 이십 년이 넘었네요. 언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말이지요.


벌써부터 이 공연 보러갈 항공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눈에 삼삼했는데 아이들 보러가기 아주 좋은 핑계가 생겼습니다. 이 공연 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그가 보인 반응이 비난받을 만하기는 하지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꼭 공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등장인물


○ 나부코; 바빌로니아의 왕. 바리톤

○ 아비가일레; 나부코가 입양한 딸. 소프라노

○ 자카리아; 히브리 대제사장. 베이스

○ 페네나; 나부코의 친딸. 메조소프라노

○ 이즈마엘레; 히브리 왕의 조카. 테너

○ 아브달로; 바빌로니아 군인. 테너

○ 바알의 대제사장; 베이스

○ 안나; 자카리아의 누이. 소프라노


줄거리


제1막 예루살렘 성전


나부코가 이끄는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공격해 온다는 공포와 절망 속에 히브리인들이 하나님께 바벨론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간구하며 <축제의 장식물을 떨어뜨려 부숴버려라 Gli arredi festivi>을 노래합니다. 그때 히브리 대제사장 자카리아가 인질로 잡혀있는 나부코 왕의 딸 페네나를 데리고 등장합니다. 자카리아는 히브리인과 바벨론 사이에 평화를 지키는데 그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백성들아 희망을 가져라! Sperate, o figil>를 부릅니다. 이때 히브리 왕의 조카인 이스마엘레가 등장해 나부코의 침입이 임박했으며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고합니다. 자카리아는 히브리인들에게 적을 물리치자고 독려하며 페네나를 이스마엘레에게 맡기고 무리들과 함께 예루살렘과 성전을 지키기 위해 퇴장합니다.


백성들아 희망을 가져라! Sperate, o figil!

https://www.youtube.com/watch?v=fH3u1y3ko6g


페네나와 단 둘이 남은 이스마엘레는 페네나가 바벨론을 탈출하려는 자신을 도왔던 것을 회상하며 이번에는 자기가 탈출을 돕겠다고 말합니다. 그들 사이의 언쟁이 오가는 중에 히브리인으로 변장한 바벨론 군인들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나부코 왕의 맏딸인 아비가일레가 그들을 끌고 먼저 온 것이지요. 이스마엘레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있을 때부터 그를 흠모하던 아비가일레는 둘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조소와 분노를 표하지만 곧 이스마엘레에게 다가가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준다면 히브리인들을 구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스마엘레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바벨론 군대에 밀린 히브리인들이 성전으로 몰려오고 바벨론 군대도 잇따라 등장합니다. 나부코가 말을 타고 성전에 다다르자 자카리아는 성소를 더럽히면 딸인 페네나를 죽이겠다고 위협합니다. 나부코는 말에서 내려 심한 독설을 퍼붓고 자카리아는 이에 분노합니다. 자카리아가 페네나를 향해 칼을 드는 순간 이스마엘레가 나타나 칼을 빼앗습니다. 딸을 되찾은 나부코는 그의 병사들에게 성전을 파괴하고 불사르라 명령합니다.


제2막 제1장 바벨론 왕궁에 있는 아비가일레의 방


아비가일레는 자신의 출신을 밝히는 문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왕의 친딸이 아니라 왕이 입양한 노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도 그녀는 권력을 잡겠다는 야망을 더욱 키웁니다. 그녀는 왕이 페네나에게 섭정을 맡기고 히브리 전쟁에 다시 출정한 것과 자신을 전장에서 바벨론으로 돌려보낸 것 때문에 분을 삭이지 못합니다. 그녀는 이스마엘레에게 사랑을 얻는 일과 왕위를 놓고 경쟁하는 상대인 페네나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언젠가는 나도 떳떳한 몸이 되리라 Anch'io dischiuso un giorno>를 노래합니다.


언젠가는 나도 떳떳한 몸이 되리라 Anch'io dischiuso un giorno

https://www.youtube.com/watch?v=nu46FhJWZ-4


바알의 대제사장이 격분한 모습으로 등장해 페네나가 히브리인을 풀어주려 한다고 아비가일레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페네나의 계획을 막고 바벨론을 적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자신과 추종자들이 이미 왕이 전사했다는 소문을 퍼뜨렸으며, 자신이 아비가일레를 신임하기로 한 사실을 알립니다. 그 말을 들은 아비가일레는 주저 없이 그들의 계획을 받아들이며 왕좌에 오를 기쁨에 벅차합니다.


제2막 제2장 왕궁의 회랑


자카리아가 언약궤를 운반하는 레위인들을 거느리고 <레위인들이여 들으시오! Vie ni, o Levita!>를 부르며 페네나의 방으로 옵니다. 나부코의 딸인 그녀를 개종시키고자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인 <무너진 우상 위로 신을 찬양하는 노래 Tu sul labbro de'veggenti>를 부릅니다. 레위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즈마엘레가 등장하자 레위인들은 그를 반역자라고 저주하며 비난합니다. 자카리아와 그의 누이 안나, 그리고 페네나가 회랑으로 들어오고 안나는 이스마엘레를 변호하고 나서며 페네나가 개종을 했음을 알리지요. 그때 나부코의 충복인 아브달로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나 왕인 나부코가 죽고 페네나가 왕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레위인들이여 들으시오! Vie ni, o Levita!

https://www.youtube.com/watch?v=9DUaa3twSW4


그 와중에 아비가일레가 바알의 대제사장과 그의 추종자를 이끌고 등장해 페네나로부터 왕관을 빼앗으려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부코가 군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자신의 왕관을 되찾아 씁니다. 그리고 히브리 신뿐만 아니라 바벨론 백성의 마음을 자기에게서 빼앗은 바알 신을 함께 저주하며 자신을 숭배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서 자지가 유일신이라고 자칭하며 자카리아와 히브리인에게 숭배를 강요합니다. 그가 “나는 더 이상 왕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머리 위에 벼락이 내리고 왕관이 떨어집니다. 하나님을 참칭하다가 저주를 받은 것이지요. 나부코는 정신을 잃고, 아비가일레는 떨어진 왕관을 집어 들어 자기가 씁니다.


제3막 제1장 바빌로니아의 공중 정원


나부코가 정신을 잃은 후 권좌에 오른 아비가일레를 바벨론 백성들이 추앙하며 <앗시리아의 여왕이여! È l'Assiria una regina>를 부르고 히브리인을 처형하는 문서에 승인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때 갑자기 누더기 차림의 나부코가 등장하자 그녀는 서명하기를 꺼립니다. 아비가일레는 무리들을 나가게 하고 문서를 왕에게 보여줍니다. 처음에 망설이던 왕은 아비가일레가 윽박지르자 마지못해 서명합니다. 그 문서에 딸 페네나도 포함되어 있는 걸 알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요. 아비가일레가 집행을 명령하자 당황한 나부코는 아비가일레의 출생을 밝힐 서류를 찾으려 하지만 아비가일레는 그 문서를 꺼내 왕이 보는 앞에서 찢어버립니다. 그녀는 나부코를 투옥하라고 명령하고 나부코는 페네나를 구해달라며 부탁하다가 병사들에게 끌려 나갑니다. 페네나가 없으니 그녀의 왕좌를 넘볼 자가 없게 된 것이지요. 아비가일레는 복수심에 더욱 불타서 왕의 간청을 묵살해 버립니다.


앗시리아의 여왕이여! È l'Assiria una regina

https://www.youtube.com/watch?v=ldU2DqaTsvQ


제3막 제2장 유프라테스 강변


사슬에 묶여 노역을 하고 있던 히브리인들은 잃어버린 조국과 요단강,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유명한 합창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Va, pensiero, sull'ale dorate>을 부릅니다. 그러자 자카리아가 등장하여 <누가 울고 있는가? Oh chi piange?>라며 머지않아 사슬의 멍에는 풀리고 바벨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에 차서 예언합니다.


가라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Va, pensiero, sull'ale dorate

https://www.youtube.com/watch?v=GS6L_9xUT5E


누가 울고 있는가? Oh chi piange?

https://www.youtube.com/watch?v=octHK2ozNxU


제4막 제1장 왕궁의 방


악몽에서 깨어난 나부코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혼란에 싸여 자신이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분간하지 못하던 그가 병사들을 불러보지만 대답은 없고 창 밖으로 사슬에 묶인 페네나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나부코는 궁전에 유폐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하나님께 꿇어 엎드려 용서를 구하며 성전을 재건하겠다고 맹세하는 아리아 <유대의 신을 모시는 제단을 세우겠나이다 Dio di Giuda!>를 부릅니다. 마침내 정신을 되찾은 나부코가 문을 부수고 나가려 하자 그의 충복인 아브달로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충성을 다짐합니다. 나부코와 그의 추종자들이 페네나를 구하고 반역자들을 무찌르러 떠납니다.


유대의 신을 모시는 제단을 세우겠나이다 Dio di Giuda!

https://www.youtube.com/watch?v=nmjED55pZ5g


제4막 제2장 공중정원


페네나와 히브리인들이 처형장으로 끌려갑니다. 자카리아는 순교를 각오한 페네나를 위로합니다. 그때 나부코가 그의 병사들과 함께 나타나 페네나와 히브리인들을 구합니다. 나부코가 바알신 동상을 파괴하라고 명령하자 우상은 저절로 무너지며 산산조각이 납니다. 나부코는 히브리인들을 풀어주며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고 백성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경배합니다. 이때 아비가일레가 병사들의 부축을 받고 들어옵니다. 패색이 짙어지자 독약을 먹고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비가일레는 페네나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하고 이스마엘레가 보는 가운데 나부코에게 연인인 페네라와 이스마엘레 두 사람을 보호해달라며 부탁합니다. 아비가일레가 여호와 하나님을 부르며 죽어가고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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