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3.08 (수)

by 박인식

서울을 떠나 있으면서 늘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써놓고 나니 거창한 것 같지만, 그저 나와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고 생각을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돌아오고 나서 무엇보다 들리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사방에 읽을 것, 볼 것, 들을 것이 넘쳐서 행복했다. 돈도 들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게 걸을 수 있고 조금만 부지런 하면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한 달쯤 전에 동양문학을 하시는 교수 한 분이 페이스북에 인문학강좌 안내문을 올려놓으셨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는데 그저 서둘러 신청하기만 하면 됐다. 역사학 강좌로 상하반기에 두 차례씩 모두 네 차례나 열린다고 했다. 서둘러 상반기 열 강좌를 신청했다. 뒤의 네 강좌는 아이들에게 가게 되어 들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때까지는 빠지지 않고 들으려 한다. 대기번호까지 있다고 하니 나중에 네 강좌 못 듣는다고 미리 이야기해야겠다.


오늘은 신라와 백제에서 일본으로 문화가 전파된 과정을 일본 동대사에 있는 정창원 유물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한 조각도 되지 않은 작은 단서로 역사를 밝혀나가는 걸 보면 마치 추리소설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를 정도로 모두가 집중해 들었다.


강의장이 128석이라는데 복도에 간이의자까지 펼쳤다. 오후 시간대이니 참석자는 예상했던 대로 노년층이 압도적 다수였다. 내가 그 중 젊은 축에 들었고. 강의 끝에 가진 질문 시간에 오가는 내용이 어찌나 수준이 높던지, 학술발표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9월에 하반기 강좌가 시작된다는데, 잘 기억해놔야겠다.


KakaoTalk_20230308_183450770_03.jpg
KakaoTalk_20230308_183450770_0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3.03.04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