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3.13 (월)

by 박인식

감사하게도 성가대 반주자께서 음악회에 초대해주셨다. 오르간 연주자가 사물놀이의 대명사인 김덕수의 장구와 함께 하는 공연이라고 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장구와 오르간이 어떻게 어울릴까 의문 반 기대 반으로 찾은 분들도 있지만, 내게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공연이었다. 어느 악기와도 조화를 이루는 장구의 매력을 아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거든. 학교 다닐 때 농촌봉사활동 마지막 날 노래자랑이 벌어졌는데, 피아노며 기타 선수들이 반주를 맞추지 못해 쩔쩔 맸지만 여학생 하나가 장구 하나 들고 나서서 무대를 평정해 버린 일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장구가 어느 악기와도 잘 어울리더라.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인 박은혜 선생은 십여 년 전부터 국악과 협연을 시도해오고 있다고 했다. 오늘도 장구와 가야금, 그리고 생황과 함께 창작곡을 연주했다. 생황을 연주하는 것을 실제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 궁중음악에 사용되는 악기이어서 흔하게 연주되지도 않고, 그래서인지 연주자도 몇 되지 않는 모양이다. 대나무로 만드는 악기인데도 소리는 목관보다는 금관에 더 가깝다. 영상으로 보던 연주와 달리 소리가 상당히 낯설다. 연주가 지루했다는 말은 아니고. 신작 국악곡이다 보니 여태 들었던 국악곡과 분위기가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음악으로 잘 어울리겠더라. 어쩌면 단선율인 다른 관악기와 달리 화음악기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돌아와서 연주회를 몇 번 찾았다. 하지만 볼만한 공연은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몇 만 원도 쉬운 게 아닌데 수십 만 원씩 하는 공연을 어떻게 가겠나. 유럽에서는 기업에서 후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연주를 즐길 수 있다. 혜인 아범이 5월에 공연하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는 정상급 성악가들조차 수준이 다르다고 인정하는 안나 네트렙코가 출연하는데도 가장 비싼 좌석이 200유로를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도 기업 후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후원한 금액만큼 티켓을 가져가기 때문에 티켓 값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연주자들의 활동무대인 유럽이나 미주와 거리가 먼 것도 가격을 올리는데 한 몫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기는 해도 조금만 부지런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연주회도 적지 않다. 높은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앞으로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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