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한 번 일했던 회사에서 올해 또 국제전시회를 연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이틀째 일하고 있다. 보안 관련 전시회인데, 그 중에서 내가 통역을 지원하고 있는 곳은 스마트 교통통제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는 교통상황에 따라 신호를 최적의 상태로 조절해서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수집한 차량 인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량을 감시, 통제, 추적하고 이를 중앙 관제센터에 송출한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하드웨어 시장은 이미 경쟁이 매우 치열해 어지간해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참기기업 대부분이 비슷하고, 그러다 보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객 중에 중국 시스템을 사용하는 동남아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중국기업이 자기네가 공급한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빼내가는 백도어가 문제가 되면서 각국 정부에서 중국 시스템 사용을 금지하자 이를 대신할 시스템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은 모두 사전에 조율된 일정을 따르고 있는데, 한 기업에서 일정에 없던 상담 지원을 요청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바이어가 오히려 제품을 팔겠다고 찾아온 것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젊은 여성으로, 체구가 유난히 작고 말소리도 크지 않았지만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설득해나가는 게 여간 당찬 모습이 아니었다. 바이어가 상식을 깨고 제품을 팔겠다고 온 것도 그렇고, 부드러우면서도 매섭게 달려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를 만난 기업의 담당자도 감탄하면서 자기네도 그런 직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예로부터 중국 상인들을 뙈놈이라고 비하했는데, 이 모습을 보니 그 이면에는 그들을 비하할 만큼 만만치 않았다는 말이었겠다 싶다. 질투 반, 부러움 반. 어제 기업 담당자의 모습이 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