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3.27 (월)

by 박인식

매월 마지막 월요일에 열리는 교회 정오음악회에서 수난절을 맞아 바하의 오르간곡 연주가 있었다. 눈을 감고 들으면서 이대로 몇 시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하의 노래를 일부러 찾아듣지는 않는데, 수난절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곡은 없겠다 싶었다.


저녁에는 좋은 연주장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와 성악 공연에 갈 기회가 생겨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사실 우리나라에 상설 오케스트라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고, 그래서 연주 임박해서 모이다 보니 짜임새 있는 연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성악가들도 연주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 있는 기량조차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는 해도 좋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연주회이니 일정 수준은 갖추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음악가들의 기량은 세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오죽하면 한국 연주자들을 겨냥해 콩쿠르 본선에 올라가는 연주자 숫자를 국가별로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생길 정도이다. 하지만 그 대단한 기량이 한국에 돌아오기만 하면 빛을 잃는다. 연주할 기회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별이 되었지만, 러시아에서 공부한 기가 막힌 베이스가 하나 있었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감탄하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그의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부족한 무대를 연습만으로 만회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된 음악회는 처음부터 삐끗거렸다. 문외한인 내 눈에도 지휘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음악이 흘러가는 것으로 보였다. 연주곡이 바뀌는 것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출연 예정이었던 독주자가 두 명이나 빠지고, 성악곡은 눈을 감고 무대를 외면해야 할 정도였다. 마지막 합창곡은 저러다가 노래가 끝나기는 할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무대가 늘 기량이 출중한 연주자들로 채워질 수는 없는 일이다. 기량이라는 게 무대에 서야 느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티켓 값이 장난이 아니다. 무대 전면이 25만 원, 우리가 앉은 측면도 15만 원이란다. 그 가격의 십분의 일이라고 해도 망설일 수준이었는데. 하긴 입구에 초청티켓 찾는 창구에만 줄이 늘어서 있더라만. 어차피 후원금으로 여는 것이니 관객 기분이라도 좋으라고 가격을 그렇게 적어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연주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일이라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정오음악회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었다.

Thank you to Lutheran Hour!


https://www.youtube.com/watch?v=hZ_C5CWh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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