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4.04 (화)

by 박인식

사우디에 사는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어 자료도 모으고 오 년 넘게 하루걸러 10킬로미터씩 걷는 연습을 했다. 짧아도 사십 여일은 잡아야 하니 은퇴해야 가능한 일이었는데, 정작 때가 되니 이런저런 이유로 이루기 어려운 꿈이 되어 간다.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걸을만한 길이 많이 생겼다니 그걸로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고등학교 동창들과 안산자락길을 함께 걷다가 몇몇이 동해 바닷가 길을 걷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를 걸을까 궁리하다가 아예 이참에 ‘해파랑길’ 걷기에 나서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도 반색을 한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5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인데 모두 50개 구간으로 나누어졌단다. 홈페이지에 아주 상세한 안내가 올라와있다. 각 구간의 난이도도 올려놨는데 50개 구간 중 세 구간이 어렵고 나머지는 보통인 구간과 쉬운 구간이 반반이다.


재작년에 어떤 캠페인에 참가하느라 대전에서 청주까지 국도를 따라 걸어본 일이 있다. 언덕이 있는데도 하루에 20킬로미터 걷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 20킬로미터를 걷는 것으로 하면 40일이면 넉넉히 ‘해파랑길’을 완주할 수 있겠다. 그래서 친구들과 시간 날 때 사나흘씩 걷는 것으로 하고 한 해에 두세 번 그렇게 다녀오면 4년이면 충분할 것 같아 그러기로 했다.


이번에는 일단 고성군 가진항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설악항에 이르는 세 구간을 걷기로 했다. 연장 42.3킬로미터. 다음 주 월요일에 떠나 수요일까지. 가는 날, 오는 날 10킬로미터씩 걷고 하루 온전히 걷는 날 20킬로미터를 걸을 계획이니 별 부담은 없을 듯하다. 더구나 모두 걷기 쉬운 평지인데다가 송지호, 영랑호도 있으니 동해바다와 함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겠다.


백수는 이런 계획까지 세우느라 오늘도 열일 중이다. 과로사가 염려될 지경이다.


해파랑1.jpg
해파랑2.jpg
해파랑3.jpg
해파랑4.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3.04.02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