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0
해파랑길은 부산에서 출발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750킬로미터 구간으로 모두 50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완주하는데 30일 정도 걸린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친구들과 안산자락길 걷다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그런 길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험 삼아 몇 구간 걷기로 했다. 일단 47번 구간의 종점인 가진항에서 출발해 45번 구간 시점인 설악항까지 42.3킬로미터를 목표로 삼았다. 2박3일 일정.
아침 10시에 홍제동 유진상가 앞에서 세 명이 모여 김포에서 출발한 친구의 차를 타고 양양고속도로로 속초 하나로마트에 도착하니 오후 1시. 사흘 먹을거리 장을 보고 근처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에서 늦은 점심 후 영랑호 인근 숙소 체크인.
오후 3시에 첫 구간인 가진항-삼포해수욕장 9.7킬로미터를 향해 출발. 당초 삼포해수욕장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를 타고 가진항으로 가서 걸어 내려올 생각이었지만 친구 하나가 걷기 어려운 형편이라 나머지 셋을 가진항에 내려주고 삼포해수욕장에 도착할 때쯤 데리러 오겠다고 해서 쌍수를 들어 환영.
47번 구간은 가진항 남쪽에서 내륙으로 들어와 고성왕곡마을을 둘러보고 송지호 호반길로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해파랑길의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바닷가 길을 걷겠다는 우리 생각과는 동떨어진 곳이어서 그냥 바닷가 길을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아마 전체 거리에서 1킬로미터 넘게 줄었을 것이다.
난이도가 낮은 구간 대부분이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어서 오히려 걷기 어렵더라는 정보와는 달리 이 구간은 전체가 도로에서 떨어진 길로 이루어졌다. 그 중 나무 데크로 마련된 길도 상당 구간 있었고. 동해안이 다 그렇듯 해안은 모두가 해수욕을 할 만한 백사장이 이어지고, 곳곳에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다.
해파랑길이라고 알 수 있는 건 각 구간의 시점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뿐이었고 중간에 아무런 안내표시가 없다. 간혹 자전거길이라는 작은 안내판이 있기는 한데 그것이 해파랑길과 같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송지호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르네블루 호텔을 지나야 하는데 난데없이 이곳은 사유지이니 허가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는 팻말에 잠시 난감. 사유지라니 그런 줄 알겠지만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공도에 어떻게 그런 팻말을 붙여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그냥 무시할 것.
첫날 걷기 종점인 삼포해수욕장에 잠시 발을 담금. 어딜 가나 화장실은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해 또 한 번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