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국경을 넘어 낭시에 다녀왔다. 내비게이션을 켜니 3백 킬로미터 가까이 되는데 채 세 시간이 걸리지 않는 걸로 나온다. 프랑스 도로는 속도 제한이 많은 걸 생각하면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평균 시속 140킬로미터는 달려야 가능한 시간이다. 국경이라는 표시는 사방 1미터나 될까 싶은 조그마한 표지판에 프랑스라고 적어놓은 게 전부이다. 거리낌 없이 국경을 넘는다는 건 반도이지만 섬나라처럼 갇혀 사는 우리에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국경을 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우리나라 관세청, 질병관리청, 통신사에서 문자가 쏟아져 들어온다.
프랑스라면 몇 년 전에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를 다녀온 게 전부이다. 환승하느라 파리 땅을 몇 번 디뎌본 걸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사방이 불어 천지다. 프랑스 땅에서 불어 들리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콜마르 쪽은 관광지가 되어서인지 영어를 쓰는 게 어색하지 않았고 이번처럼 불어가 크게 들리지는 않았다. 이곳은 거기와 달라 말 건네기가 조심스러웠다. 프랑스 사람들이 자기 말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외국어에는 대꾸도 안한다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더라. 독일만큼 영어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영어에 적대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주말에 잠깐 다녀온 것이지만 프랑스의 멋과 감각을 느끼는데 이틀이면 충분했다. 독일이 무채색이라면 프랑스는 총천연색이었다. 모든 간판이 감각적이었는데, 놀라운 것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데도 그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폰트들이 이웃해 있는데도 조화롭다. 심지어 꽃으로 장식한 간판마저 고급스럽다. 자칫하면 유치해 보이기 십상인 모양인데. 모두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색깔의 옷을 어찌나 멋지게 소화해 내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독일 사람에 비해 체구도 작고 체형도 가늘다. 그래서인지 옷을 입은 게 태가 난다. 노인에 하나가 아무렇게나 두른 듯싶은 머플러를 보고 잠깐 욕심을 낼까 하다 바로 접었다. 주제를 알아야지.
낭시에 왔다고 하니 프랑스 통인 신경아 선생께서 예쁜 곳이기는 한데 그곳엔 어쩐 일이냐고 물으신다. 일부러 찾기 쉽지 않은 곳인데. 그럴 만큼 딱히 이곳에는 내로라할만한 것이 없다. 유구한 역사나 특별한 유물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풍경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묘한 매력이 있다. 혜인 아범은 이곳 극장에서 출연 요청이 와서 한 달쯤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