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5.17 (수)

by 박인식

혜인 아범이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며칠 다녀온 일이 있었다. 하루는 운동하러 가는데 같이 안 가겠느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에 들어갔는데 여성이 앉아 있더라. 수건으로 가릴 데는 다 가리기는 했어도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사우나에서 나오더니 거리낌 없이 수건마저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는 게 아닌가. 그 곁으로 남성들이 무심하게 지나다니고.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독일의 지명에 들어있는 바덴이라는 이름은 목욕이라는 뜻으로 온천지역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독일의 바덴바덴도 그렇고, 혜인네가 십 년 가까이 둥지를 틀고 있는 비스바덴도 온천지역이다. 온천지역에는 요양이 필요한 재력가 은퇴자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문화 수준도 높다. 혜인 아범이 일하는 비스바덴 극장은 독일 안에서 후원금으로는 어느 극장에 뒤지지 않는데, 바로 이들 덕분이다.


비스바덴은 온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있다. 비스바덴 오페라극장과 사교장이자 연주홀인 쿠어하우스, 시청과 주정부 청사가 모두 온천과 이웃하고 있다. 도심에 온천수 분수도 있고 온천수 샘도 눈에 띈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목욕탕이었다. 그래서 혜인네 오면 하루걸러 온천을 찾았다. 지금은 차를 타고 나가야하지만 처음에는 혜인네가 살던 집 몇 집 건너가 온천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문을 닫아 몹시 아쉬웠다. 지난 가을에도 문을 열지 않아 전화해보니 기약이 없다더라. 며칠 전 온천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다녀왔다. 예전에는 한 시간에 8천 원(6유로) 하던 것이 오늘 가니 기본 두 시간에 2만 원(15유로)이 넘는다. 뭐 이렇게 올랐느냐고 툴툴대니 그게 벌써 삼 년 전이라며 정색을 한다.


궁금하신가? 짐작했겠지만 남녀혼탕이 맞다. 어딘가에서 남녀혼탕이라고 해서 쫓아가보니 남자들만 넘쳐나더라는 예전 농담도 있지만, 여기는 성인 남녀가 함께 목욕을 하는 진짜 남녀혼탕이다. 다만 그것을 불편해 하는 여성을 위해 화요일은 여성만 받는다.


다음 주말에 동창 내외가 이곳에서 독일-오스트리아 여행을 시작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만나거든 아주머니는 아내와 시내구경하라고 하고 동창 녀석 끌고 온천이나 가자고 해볼 생각인데. 따라 나서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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