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고 나면 시차 때문에 고생을 한다. 남들도 다 겪는 일인데 유독 내가 심하다. 한 번 다녀오는데도 이렇게 고생스러운데 승무원들은 어떨까 싶다. 언젠가 승무원에게 시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물은 일이 있다. 대답이 영 엉뚱했다. 시차를 극복하지 않는단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따른다는 것이지. 그땐 그저 그만큼 힘이 든다는 거로구나 생각했다. 그 말의 뜻을 비로소 깨달았다. 시차는 극복하는 게 아니다. 그저 해소되기를 기다릴 뿐.
그래서 이번엔 시차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시차가 해소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시간에 맞춰 졸린 눈을 비비고 버티던지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며 날밤을 샜다. 이제 그게 의미 없다는 걸 알아서 그냥 졸리면 자고 잠이 안 오면 뭔가 하고 있다.
그제는 열두 시간 죽은 듯 잤는데 어제는 밤이 깊어질수록 정신이 말짱해졌다. 그동안 밀린 일 좀 처리해놓고, 두 달 치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챙겨보고. 아이들과 지내는 동안 한 쪽으로 미뤄놓았던 감사할 일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열 개, 스무 개 적기 시작해서 한 시간 가까이 적으니 오십 개가 훌쩍 넘는다. 그것도 지루해 떠나오던 날부터 오늘 것까지 성경 쓰기 나흘 밀린 것 다 썼다. 그제야 창밖이 훤해온다. 아침 기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기도 건너 뛴 게 습관이 되어 좀처럼 기도에 깊이 들지 못한다.
어제 날밤을 샜으니 낮에 졸리면 자면 되는데 내일 교회 갈 시간에 못 일어날까 그것이 걱정이다. 알람을 서너 개는 맞춰놓고 자야할까 보다.
오늘 비수 같이 마음을 파고든 잠언 15:23 말씀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A man finds joy in giving an apt reply, and HOW GOOD IS A TIMELY 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