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6.17 (토)

by 박인식

사십을 갓 넘었을 때 사무실에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일이 있다. 병원에서 깨어나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동생들하고 함께 살 때인데, 아무래도 며칠은 걸릴 것 같아 반찬 만들고 빨래 해놓고 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5.16이 나고 나서 아버지는 몸담고 계시던 시장조합 일 때문에 한 달 넘게 피해 계셔야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뒷바라지 하시느라 눈을 피해 새벽에 집을 나서곤 하셨다. 그러던 중에 동생이 홍역으로 죽었다. 어머니는 장례 치르던 날만 빼고는 여느 때처럼 아버지께 다녀오시곤 했다. 일이 해결 되어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며칠을 곡기를 끊고 소주만 드셨다. 그리고 어머니가 무서워서 같이 못 살겠다고 하셨다. 자식이 죽었는데 어미가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냐고.


아내는 십 수 년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하나 있는 자식은 독일에 공부하러 갔고 나는 사우디에 부임한 사이에 혼자서. 내가 출국하기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냉정하다 못해 차가운 것이 우리 집안 며느리 내력인 모양이다. 혜인 어멈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아내는 몇 달 전에 입은 상처가 덧나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부위가 아물 때까지 열흘은 더 있어야 한단다. 이번엔 다행히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병원 출입이 몹시 까다로워졌다. 보호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서야 병실에 들어간다. 외출은 당연히 안 되고. 병원 안에 식당이 없고 음식은 병실에서만 먹을 수 있다. 병동은 숨이 막힐 만큼 조용하다. 환자고 보호자고 어찌나 조심을 하는지. 조용한 건 좋은데 아내는 내가 코를 골 때마다 깨운다. 그것 참. 아침에 일어나더니 날더러 자꾸 집에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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