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번역을 하고 그것이 책으로 나와 서점 매대에 깔렸다. 출간과 관련한 글을 올릴 때마다 전례 없는 반응이 따라온다. 신기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느낌도 든다. 사우디에서 일하면서 늘 쓰던 대로 글을 쓴 것인데, 그것이 한 사람 두 사람 눈에 띄더니 칼럼을 쓰지 않겠느냐는 제의도 받고 급기야는 번역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리야드에 도착했을 때 서너 개에 지나지 않았던 고층건물이 불과 십 수 년 만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그 사이에 일어난 변화가 이전의 수십 년 동안 일어난 변화보다 크다고 했다. 귀국하고 한 해 남짓한 시간 동안 그곳에서는 그 십 수 년 동안 일어난 변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게 달라졌단다. 매일 그곳 소식을 챙겨보면서도 도대체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우디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는, 그래서 사우디 시장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증폭시키는 사람을 볼 때마다 화가 났다. 항의도 하고 때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변한 그곳 사정을 짐작만으로 글을 써서 사우디 시장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어느 매체이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은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저 페이스북에 낙서처럼 끄적이는 정도를 넘어서지 않으려고 했다.
뜻하지 않게 내 개인적인, 어찌 보면 독특하고 그래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견해가 활자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게다가 이런저런 곳에 나가서 공개적으로 그런 견해를 표명해야 하게 되었다. 난감한 일이다. 내가 내 견해를 밝혀야 할 한계를 미리 잘 설정해야 하겠다.
그렇기는 해도 책의 첫 머리와 말미에 덧붙인 글에 대한 평가도 기대 이상이고, 무엇보다 번역한 글이 자연스러워 잘 읽힌다는 평가를 듣게 되어 매우 기쁘다.
평생 보고서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다 보니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쓰는 게 몸에 배었다. 정성적인 표현보다는 정량적인 표현을 선호해서 형용사나 부사를 줄이고 숫자로 그 자리를 대체했다. 보고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짧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다 쓰고 나서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봤다. 경험상 쉽게 읽히지 않는 글은 비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런 경우를 만들지 않겠다고 쉽게 읽힐 때까지 글을 고쳤다.
그런 습관이 번역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사실 번역을 끝내 놓고 읽을 때 내용이 입에 붙을 때까지 고치다 보니 내용을 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튼 그 노력을 알아주는 분들이 있어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