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새롭게 절반을 맞았다. 시작이 반이고 절반을 보냈으면 한 해 다 지나 보낸 셈이 아니냐. 올해 시작하면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감사할 일을 기억하며, 매사에 한 발 물러서고, 덜어내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은퇴한 사람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건강이니 운동도 거르지 않고. 그런데 영 낙제점이다.
지난겨울 시작한 번역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갈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서는 아이들과 지내느라, 돌아와서는 고단해서 한동안 아침기도를 건너뛰었다. 휴대폰도 기도를 방해하는 요물단지더라. 머리맡에 두고 자니 아침에 눈뜨면 먼저 그리로 손이 간다. 이것저것 뒤지다 보면 기도는 물 건너가고. 그래서 며칠 전부터 아예 다른 방에 두고 잔다. 그러고 며칠은 아침기도로 일과를 시작하는데 성공했다. 며칠이나 가려는지.
아내 병원생활이 길어지면서 성경 쓰기가 일주일 넘게 밀렸다. 사나흘 밀린 일은 있어도 그렇게까지 밀려본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밀린 숙제 포기하고 과감하게 며칠 건너뛰기로 했다. 그러다가 오늘 차례가 된 구절이 전도서 1장이다.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이 다 헛되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란다. 왜 하필 새로운 후반을 맞는 오늘 이 구절을 쓸 차례가 되었을까? 음... 나대지 말라는 말씀이렷다.
그러고 보니 물러서고 덜어내는 삶을 살겠다면서 지난 해, 올해 무던히 나댔다. 절제가 필요한 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