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7.13 (목)

by 박인식

아버지가 꼭 지금 내 나이에 돌아가셨다. 한동안 내가 그 나이를 넘겨 살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친구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버지가 오십도 되시기 전에 돌아가신 친구도 있고, 아버지가 환갑 전에 돌아가신 친구도 드물지 않다. 그 친구들도 아버지 돌아가신 나이를 지날 때 내내 두렵더라고 했다.


책 읽고 리뷰 쓰는 걸 일과 삼아 지내는지 두 해가 넘었다. 작년인가 헤아려보니 써놓은 리뷰가 이백 편 가까이 되더라. 남은 시간 동안 그 속도대로 쓰면 천 편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것을 목표로 삼았다. 남성 평균 수명이 여든 셋이라니 십오 년 남았고, 팔백 편 남았으니 한 주에 하나씩 쓰면 된다. 이제 그렇게 살 일만 남았다.


혜인이네가 올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아이들과 서울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처음이어서 마음이 분주하다. 우선 아이들 데리고 산소부터 찾을 생각이다.


나는 산소에 대해 크게 미련이 없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굳이 산소를 남겨야 되는 이유도 모르겠고. 아내와 나는 진즉 산소를 남기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아직 어머니가 계시니 조심스럽기는 한데, 부모님 산소도 결국은 우리 손으로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떠나고 동생들이 돌본다고 해봐야 불과 십 수 년이고, 그렇다고 혜인 아범이나 조카들에게 짐을 지울 일도 아니다.


동생들이 아직 일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 기일에 함께 산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형편껏 찾으면 되지 굳이 그 날에 맞추느라 무리할 것 없다고 그랬다. 그런데도 혜인이네가 오면 산소부터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 아버지 기일에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산소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한 번은.


아이들이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과연 돌아오기나 할지도 모르겠고, 그 언제가 될 때까지 우리가 남아 있으라는 법도 없지 않느냐.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때 마다 그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 즐겁고 기쁘게 지내려고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려는 모양이다. 아이들 오기 전에 그쳤으면 좋겠다. 작은아이가 물것에 아주 예민한데 벌레 들어올 구멍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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