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8.21 (월)

by 박인식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가장 갈증을 느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온 후 두 해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지칠 줄 모르고 그 문화를 누리고 있다.


개천길이며 산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 읽고, 고궁에서 사계절을 누리고, 미술관이며 박물관에서 예술과 역사를 배우고,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옛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에 더해 누리는 것 대부분이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 또한 그 기쁨을 배가시킨다.


서울에 돌아와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을 때 느꼈던 묘한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르신이 되었다는 서글픔보다는 평생 내 몫을 잘 감당하고 산 것을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러니 노인들을 지하철이나 공짜로 타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하지 마시라. 그건 사회가 구성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한 이에게 헌정하는 작은 증표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65세 넘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사방에 깔려있으니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 문화를 누리고, 그래서 건강을 유지하고, 그래서 사회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남은 소임이 아닐까 한다.


주로 시간을 보내던 정독도서관이 보수 공사로 문을 닫았다. 연말까지 좀 허전하게 되었다. 그래도 택배대출이 된다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다른 도서관도 있지만 어디 익숙한 곳 같겠나. 오늘 택배신청 절차를 확인하는데 어르신 택배가 있더라. 전화로 물어보니 내가 해당이 된다며 그 자리에서 어르신 택배 대상자로 바꿔줬다. 택배비 4천 원만 내면 한 번에 일곱 권까지 3주 동안 빌릴 수 있는데, 어르신 택배 대상이 되면 그나마 택배비도 내지 않고 대여기간도 30일이란다. 세상에나.


나이가 벼슬이라는 말이 욕인 줄만 알았더니 칭찬이 아닌가,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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