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8.11 (금)

by 박인식

서울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 몇 곳 있었는데, 그 중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경복궁은 일찍이 포기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냉방이 잘 되어 있을 테니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내일이면 아이들이 외가로 가니 오늘쯤 가면 되겠다 싶었다. 뜻하지 않은 태풍으로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오늘은 비가 잦아들었다.


방학이라서 아이들이 많을까 걱정했다가 오히려 비 때문에 덜 붐비지 않을까 싶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니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 아이들은 그만그만한데 잼버리 참가한 학생들이 적지 않아 조금 붐비기는 했다. 계획이 뒤틀려 실망했을 잼버리 학생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넬까 했다가 너무 관심을 보여줘서 불편해 한다는 기사가 생각나 그만 두었다.


아이들에겐 신라관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금관총 유물이 유난히 화려하지 않은가. 그렇기는 했는데 영상관에 훨씬 더 관심을 보였다. 작은애가 고구려 무덤 내부를 보여주는 영상을 보더니 아예 주저앉아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큰애는 옛 사람들의 사후세계를 보여주는 영상관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서인지 직접 영상을 조작하는 걸 아주 재미있어 했다. 간혹 유물 모조품을 전시해놓고 만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상당히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곁에 어린이박물관이 있는 걸 알았다. 아이들과 갈 거라고 미리 돌아봤으면서도 왜 그걸 놓쳤는지 모르겠다. 1시간30분 코스인데, 사전에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한단다. 안내하는 분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서 앱으로 박물관 회원 가입하고 예약하려다 보니 시간이 맞지 않는 게 아닌가. 몹시 아쉬웠다. 돌아가기 전에 서울에 나올 일이 있으면 그때 다시 가볼까 싶기는 한데, 그럴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저곳 돌아보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냈다. 큰애가 지금 작은애만할 때 서울에서 휴가 보내는 시간이 딱 하루 겹친 날이 있었다. 그래서 경복궁에 같이 가서 몇 시간 보낸 것이 그렇게 좋았다. 이번엔 그거 몇 곱절 기쁘게 보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다음번에는 어디를 갈 건지 잘 생각해놔야겠다. 그때도 우리랑 함께 다니겠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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