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도서관이 곧 대대적인 수리공사에 들어가 넉 달이나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12월 초에나 다시 이용할 수 있다는데, 수리공사라는 건 늘 늦어지게 마련이라 올해 안에 다시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그래도 책은 빌려볼 수 있단다. 택배비 4천 원이면 대출 신청한 책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고, 읽고 나서 지하철 안국역 1번 출구에 있는 무인 반납기에 반납하면 된다. 한 번에 일곱 권을 빌릴 수 있으니 그렇게 몇 번 대출하면 넉 달은 금방 가지 않을까.
오늘 책 반납하고 한 달 동안 읽을 책을 가방 하나 가득 빌려왔다. 읽고 싶은 책은 언제든 무상으로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혜택도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번역하고 나서야 비로소 책이 얼마나 안 팔리는지 실감하고 있는데, 그래서 한 달에 두세 권이라도 사서 읽기로 했다. 빌려온 책 일곱 권에 사는 책 두세 권이면 한 달 보내는데 충분하지 않을까. 예전에 어머니가 연탄 들여놓고 김장 마치고 나면 겨울 나는 게 두렵지 않다고 그러셨는데, 책 잔뜩 쌓아놓은 걸 보니 먹은 것도 없이 배가 부르다.
대출할 책을 고르다가 언젠가 관련 기사를 보고 적어놓은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을 살펴봤다. 7백 쪽이 넘는 분량 때문에 망설였는데 내용을 보니 언젠가 꼭 읽어야 할 책이지 싶다. 미국 신문의 부고 기사인 Obituary는 부고 기사라기보다는 고인에 대한 회고와 평가라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것이라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유명인사가 죽고 나면 어떤 Obituary가 올라올지 모두들 궁금해 한단다. 분량에 주눅이 들어서 읽으려던 생각을 접었다가 내용을 잠시 훑어보고는 다시 목록에 넣어 놨다. 언제 한가해지면 아예 날 잡고 앉아 집중해서 읽어야겠다.
나는 무덤을 남기지 않는 것은 물론 장례도 다 치르고 나서 알리라고 자식에게 당부해놓았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자연의 법칙인데 굳이 요란 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언젠가는 누군가는 나를 기억할 텐데, 그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무척 궁금하다. 따듯한 이웃으로 기억되면 좋기는 하겠는데. Obituary를 읽으면서 삶을 잘 마무리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