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8.08 (화)

by 박인식

자식이 하나라서 늘 걱정스러웠다. 부모가 가르칠 수 있는 게 있고 형제 사이에서 부딪쳐 가며 배우는 게 있기 마련 아닌가. 그나마 제 삼촌들과 함께 자라 혼자 자란 티가 덜 나기는 했다.


자식이 결혼해 큰애를 얻고 한참 터울을 두고 작은애를 얻었다. 자식을 하나만 키워봤으니 큰애와 작은애를 각각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턱이 있나.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하는 사이에 작은애는 부쩍부쩍 자라서 다섯 살이 되었다. 간혹 둘 밖에 없는 아이들 이름을 잘못 부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고 있다.


작은애는 제 언니를 무척 무서워한다. 제 언니가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면 안색이 굳는다. 제 엄마가 그러듯 제 언니도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 혼을 내거든. 그래도 작은애 때문에 큰애가 울기도 한다.


어제는 박물관을 갈 계획이었다가 너무 더워서 하루 쉬고 오늘은 근처 쇼핑몰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놀 것 탈 것이 얼마나 많은지 두 시간이 잠깐 사이에 지났다. 큰애는 따로 놀라고 하고 작은애는 내가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큰애가 자기가 같이 놀겠단다. 큰애들 놀기 좋은 곳은 거들떠도 안 보고 작은애와 함께 놀 수 있는 곳만 간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저런 모습이 부모가 가르쳐서 알 수 있는 일인가. 괜히 콧등이 시큰거리고 자식에게 미안해진다.


점심 먹고 나니 이제부터는 자기 돈으로 다니겠단다. 할아버지가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면서. 버블티 마시러 간다고 제 동생 손을 꼭 붙들고 뛰어가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날 것 같다.


그래도 돈은 내가 내야하는 게 아니냐고? 천만에. 큰애가 나보다 부자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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