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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10.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35)

중학교 2학년 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본 이후 지금까지 족히 삼사십 번은 봤지 싶다. 첫 해에만 열 번 넘게 봤고, 아이가 열 살쯤 되었을 때 아이 보여준다고 비디오로, 몇 년 지나서 레이저디스크로, 그리고 몇 년 전에는 DVD로 봤으니 어쩌면 그 이상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명성을 알게 되어 이래저래 잘츠부르크는 버킷리스트 상단에 올라있는 도시였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잘츠부르크 태생의 모차르트를 기리는 음악회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경제 효과도 엄청나다.


잘츠부르크를 찾았을 때 다음해에 있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준비하느라고 도시는 온통 공사판이었다. 몇 달쯤 늦게 찾았다면 이를 기념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사람이 몰리는데 그때가 되면 숙소를 얻기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몇 달 앞서 찾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을 찾았지만 시간을 놓쳐서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그저 입구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여기서도 사정을 열심히 설명해봤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이곳에 온 여행객들이 사연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매번 편의를 봐줄 수는 없는 일. 어쩔 수 없지 뭐. 지금까지도 그때 축제극장에서 열리는 빈 필의 공연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며칠 전 페친이신 윤진수 교수께서 축제극장에서 빈 필 공연을 보셨다고 해서 그때 아쉬움이 다시 살아났다.)


빈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공연만을 볼 수 있어서 몹시 아쉬웠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견줄만한 공연을 꼭 보려했지만 그 역시 실패하고 매일 열리는 작은음악회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미라벨 궁전 Marble Hall에서 열린 궁전음악회는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살롱 음악회’였다. 백여 명 남짓 들어갈 만한 작은 방에서 열린 음악회였지만 그 수준은 결코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의 명성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궁전 음악회는 1954년부터 열려오는 음악회로,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거의 매일 열린다. 일 년 치 연주계획이 모두 실린 팸플릿에 한국 연주가들이 꽤 보였다. 모두 학생 같아보였는데 이미 이십여 년 전 일이니 지금쯤 중견 연주자로 활동하지 않겠나. 찾아보니 유튜브에 그 중 돋보였던 피아니스트 연주가 꽤 올라와 있다. 이 날 연주회에 출연한 첼리스트의 한국인 제자를 몇 명 만났다. 모두 예원중학교를 나와 유학 온 학생들이었다. 그 선생님에게 자기들 말고도 한국인 제자가 몇 명 더 있다고 했다.


그날 연주된 곡이 모두 익숙한 곡이어서 지루하지 않게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거의 매일 열리는 음악회가 있다는 것, 그 음악회마다 관객이 든다는 것 모두 음악 하는 자식을 둔 부모로서 부럽기 짝이 없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극장>
<축제극장 오페라 공연 포스터>
<미라벨 궁전의 작은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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