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9.17 (일)

by 박인식

혜인 아범이 우리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나더니 내가 왜 루터교회에 출석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그 말은 내 생각을 짐작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거기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말이기도 했을 것이다.


루터교회는 여느 교회에 비해 예배 절차가 복잡하다. 절차로만 보자면 오히려 가톨릭 전례에 가깝다. 그래서 그것이 루터교회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정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걸림돌이 되었다.


그에 비하면 일반적인 교회의 예배는 매우 간결하다. 그리고 그 간결한 예배 절차는 모두 예배의 클라이맥스로 여겨지는 설교를 향해 정렬되어 있다. 예전에는 대표기도가 십여 분씩 이어질 정도로 장황했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고 대표기도도 잘 정돈된 언어로 간결하게 끝맺는다.


절차는 간결해졌는데 그 절차 하나하나는 전문화되고 화려해졌다. 피아노 반주로 드리던 성가대 찬양은 오케스트라가 받쳐주고 예배 첫머리에 간단한 악기로 드리던 찬양은 세션맨과 찬양사역자가 이끌어간다. 전문 사역자들이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절차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예배를 마치고 나면 마치 잘 준비된 공연을 본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예배를 드리러 온 나는 없어지고 예배를 구경하는 나만 남는다.


물론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형편이 닿지 않아 그렇지 그런 예배를 꿈꾸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절차도 많고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는 루터교회 예배는 나만의 시간이 많아 오히려 ‘드리는’ 예배의 본질에 더욱 가깝지 않은가 한다. 혜인 아범은 그런 모습을 예배 중에 느낀 것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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