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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20. 2023

음악과 맺은 인연 (40)

그동안 출장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이상하리만치 미국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가 미국 출장이 잡히자마자 제일 먼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를 찾았다. 출장갈 곳이 신시내티여서 뉴욕에서 환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장 가서 사사로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일정을 쥐어짜서 뉴욕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홈페이지는 내게 익숙한 곳이었다. 90년대 초반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창립 100주년 갈라 콘서트 영상을 본 이후로 수시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페라 실황 영상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마침 소프라노 홍혜경이 출연하는 <피가로의 결혼> 공연이 올라와 있었다. 당시 티켓은 아래층이 300달러가 넘었고 200달러 아래 좌석은 3층에나 있었다. 백스테이지투어는 전화로만 예약이 된다고 해서 그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교회학교 제자에게 예약을 부탁했다.


처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만난 것은 앞서 말한 10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1983) 영상이었다. 그 공연에서는 그때까지 음악감독을 맡아 지휘를 계속하고 있던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했고, 쓰리테너로 이름을 날리던 파바로티와 플라치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 전설적인 스웨덴 소프라노 비르기트 닐손까지 출연했다. 조안 서덜랜드, 레온타인 프라이스, 그레이스 범브리, 키리 데 카나와는 이미 익숙했고 사무엘 래미, 루제로 라이몬디, 안나 토모와 신토우,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때 바리톤 토마스 햄슨이 혜성 같이 등장했는데, 그도 이미 성악계의 원로가 된 것을 생각하면 그 콘서트는 정말 기념비적인 공연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로 그 무대에 오른 오페라 DVD는 대부분 주문을 해서 받아 보았고, 심심하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연하는 작품이나 출연진을 챙겨보기도 했다. 언젠가는 저 무대를 보고야 말리라 다짐하는 사이에 홍혜경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졌다. 그러니 그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지. 그에 더해 백스테이지투어 기회를 얻은 것도 무척 반가웠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면 연달아 몇 번을 공연하고 끝내는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거의 매일 다른 작품을 올리고 있었다. 음악 시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으니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 달에 오페라 대여섯 편을 번갈아 올린다는 것은 그 규모나 필요한 설비를 고려할 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페라가 대체로 서너 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매 막마다 무대가 바뀌니 오페라 한 편을 무대에 올리려고 해도 무대에 들어가는 시설이 엄청나지 않은가. 그러니 오페라 대여섯 편이면 그 시설이 도대체 얼마나 있어야 할 것이며 그것을 동시에 보관하려면 시설이 도대체 얼마나 커야 하는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생각할 때마다 그런 궁금함이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도착한 날 오후에 백스테이지투어가 있었고 그 다음날 홍혜경이 출연하는 오페라 공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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